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파프리카

▲파프리카(2007, 곤 사토시 감독).
▲파프리카(2007, 곤 사토시 감독).

올해는 좋은 꿈 꾸었냐며 새해 인사를 나눈다. 사람마다 꿈에 대한 인식도 다양하다. 어른들은 아침에 꿈 이야기 하면 재수 없다고 하고, 아이들 꿈은 개꿈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떤 이는 간밤에 돼지꿈을 꾸었다며 복권을 사기도 하고, 죽은 조상꿈을 꾼 후로 몸이 아프다며 건강검진을 예약하기도 한다. 때론 밤새도록 쟁기를 메고 밭을 갈았다며 자세하게 꿈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인 경우도 많다. 태몽처럼 평생토록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보배 같은 큰 꿈(great dream)을 꾸기도 한다.

이 영화는 꿈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애니메이션이다. 머리띠처럼 착용만 하면 꿈이 그대로 녹화되는 기계를 등장시키고, '꿈은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라는 프로이트의 말처럼, 꿈 영상물을 보면서 무의식의 창고인 꿈을 찾아 나선다.

꿈을 꾸는 동안 안구 운동이 일어나고,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뇌 활동이 왕성해지는 반면 근육은 마비된 상태가 된다. 뇌 기저부의 뇌교(pons)가 꿈꾸는 동안 근육이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만약 자면서도 꿈 내용대로 근육운동이 마구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한 수면학자가 고양이의 뇌교를 제거하였더니, 얌전했던 고양이가 먹이를 강탈당하는 꿈을 꾸면서 매우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를 꿈 드라마를 지켜보는 관객에 머무르게 하는 데는 분명 어떤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수면의학자들은 꿈을 꾸는 동안 뇌의 단백질 생성이 촉진되어 기억력이 향상되고, 유전자의 DNA의 프로그래밍이 새로 일어나면서 개성이 더욱 뚜렷해진다고 한다. 때로 꿈은 브레인스토밍 기능도 있어서, 자기 전에 고민했던 일들이 꿈을 꾸고 나서 쉽게 풀리기도 한다. 꿈은 단순한 의식의 변화 상태가 아니라 특별한 기능이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구약성경에서는 꿈은 하나님과 인간 간의 의사소통의 주된 통로가 되었고, 탈무드에서는 해석하지 않은 꿈은 읽히지 않은 편지와 같다고 한다. 좋은 꿈을 꾸려고 노력하면 꿈을 꿀 수 있다. 잠에서 깨자마자 꿈 내용을 노트에 기록해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자못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김성미(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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