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발원지를 너덜샘이 아닌 황지로 보는 풍수적 시각에서는 이곳을 머리의 백두산(천지)과 다리의 한라산(백록담) 사이의 허리 곧 한반도의 배꼽으로 본다. 낙동강은 한반도의 정기를 가득 담은 강이라는 말이다. '조선팔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 경상도'나 조선의 정신을 물들인 선비들도 낙동강의 산물이며 대한민국 근대화도 반변천, 내성천, 감천, 위천, 금호강, 남강, 밀양강을 합친 낙동강이 키워낸 사람들의 작품이었다고 예찬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낙동강은 슬픈 강이었다. 피비린내 나는 살벌한 전장터가 되기 일쑤였고 해마다 되풀이된 물난리는 강을 끼고 사는 사람들의 눈에 피눈물이 마르지 않게 했다. 물을 이기고 다스려야 할 국가적 필요성은 오랜 세월 과제였지만 실천은 근대화의 초기에 다가왔다. 구미와 울산 창원에 공단을 만들자니 물이 필요했다.
그 계획 아래 안동댐이 탄생됐다. 댐이 들어서고 나서야 천삼백리 강줄기의 홍수가 줄어들고 대구에서부터 부산까지 경상도 사람들은 식수와 농'공업 용수의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류 사람들의 걱정이 사라진 대신 안동 사람들에겐 고난이 다가왔다.
수백 년 살아오던 집과 고향을 등져야 했고 남은 사람들도 댐의 부작용을 감수해야 했다. 수확량이 줄고 과실의 품질이 떨어지고 호흡기 질환은 곱절 이상 늘어났다. 안개와 서리가 내리는 날이 많아지며 일조 시간은 연간 500시간이 사라졌다. 게다가 물 관리를 이유로 공장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한때는 30만에 육박했던 고장이 이제 도심의 학교마저 폐교 걱정을 해야 할 처지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댐 탓이라고 여기는 이도 적잖다.
대운하개발이 국가적 화두가 됐다. 낙동강은 운하 계획의 중심축이 됐다. 경상도 사람들은 너나 없이 반긴다. 경상북도도 낙동강 프로젝트를 대운하개발과 연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어디에선 벌써부터 땅 값이 솟구치고 부자의 꿈에 들떠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안동 사람들은 씁쓸하다. 낙동강 프로젝트나 대운하개발의 전제가 되는 물의 공급처 안동은 이들 계획에서 저만치 비켜나 있다. 물을 토대로 한 계획에서 정작 물 때문에 희생하는 처지를 외면하는 처사에 서운함을 감출 수 없다. 안동사람들의 항변이 과연 이유없는 어거지일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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