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인점 가맹본부 정보공개 의무화…가맹사업법 개정안 시행

정보 더 공개하라 vs 사업 발목잡는 꼴

▲ 올해 창업시장은 가맹사업자의 권리가 강화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올해 창업시장은 가맹사업자의 권리가 강화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직장 퇴직 후 창업을 준비 중이던 최모(53)씨는 지난해 3월 인터넷 배너 광고를 통해 한 치킨점 가맹본부를 알게 됐다. 이 업체를 찾은 최씨는 향후 월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고 모든 관리는 본부에서 채용한 매니저가 대행하기 때문에 가맹점을 여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맹금 3천만 원, 계약기간 2년으로 하는 가맹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씨는 가맹점을 열긴 했지만 본부는 매니저를 파견치 않아 수입을 전혀 올릴 수 없었다. 뒤늦게 최씨는 가맹금을 노린 사기행위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가맹금 등 적잖은 비용을 날렸다.

해마다 프랜차이즈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는 이런 피해가 줄어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맹사업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추진한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이 2월4일 시행되기 때문. 그러나 일부에선 심의과정에서 기존 취지가 많이 훼손되었다고 비난하고 있어 논란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바뀌나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무엇보다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화. 현행 법에는 정보공개서를 '서면으로 신청한 자'에 한해 제공하도록 했으나 개정안은 정보공개서를 정부의 등록심사를 거친 뒤 의무적으로 가맹희망자에게 보여주도록 되어 있는 것.

임현철 영남외식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정보공개서조차 알지 못하는데다 많은 가맹본부들이 예비 가맹점주에게 정보공개서를 제공할 때 계약을 하겠다는 서약을 받는 등 폐해가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위가 지난해 말 내놓은 '2007년도 가맹·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프랜차이즈 업체 183개 중 169개 업체(92.3%)가 가맹점주를 상대로 법 위반 및 부당 행위를 했다.

정보공개서 기재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곳이 66개사로 전체의 35.9%였고 정보공개서 미작성 및 미갱신이 55개사(29.9%), 정보공개서 제공기한 미준수가 45개사(24.5%) 등으로 조사됐다.

가맹금 예치제도 이번 개정안의 주 내용. 올 8월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들로부터 가맹금을 직접 받을 수 없도록 하고 가맹점 영업 개시일까지 가맹금을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에 예치시켜 두도록 한 것. 이를 통해 가맹본부가 가맹금을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가맹금만 받고 튀는 행위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임 소장은 "이번 개정안이 가맹점주들의 프랜차이즈 피해를 크게 줄이는 한편 유행만을 좇는 업체들이 많이 사라지게 하는 등 향후 프랜차이즈 시장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논란은 진행 중

하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심의 과정에서 가맹본부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입법 예고 당시의 주요 내용이 일부 삭제되거나 훼손됐기 때문.

이번 개정안은 입법 예고안에 포함됐던 가맹점 사업자의 총매출액과 점포임대비용, 최초 입고 상품내용 등은 정보공개서 기재사항에서 제외됐다. 가맹본부에 지나친 부담이 되거나 현실적으로 기재가 곤란한 항목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정보공개서의 허위·거짓 자료 등으로 인한 등록거부시 재등록금지 기간을 당초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이와 함께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비밀유지 확약서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한 것.

이에 대해 일부에선 공정위가 가맹본부들의 거센 압력으로 인해 당초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개정안 내용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부장은 "공정위가 가맹본부의 부담완화와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가맹본부에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하게 한 것은 가맹본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등록 금지기간을 단축한 것은 허위 정보공개서 작성을 조장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비밀유지 확약서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추가한 것은 나중에 정보공개서의 허위기재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

반면 가맹본부 업계 또한 이번 개정안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역의 한 프랜차이즈 대표는 "이번 개정안은 기존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나 제도권 업체들에게 유리하다."며 "지금까지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금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 등을 해왔는데 이 같은 통로가 막혀 소규모 업체와 신규 업체들에게 절대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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