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의 밑그림은 그렸다. 색깔을 입히는 일만 남았을 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양준혁(39)을 마지막으로 올해 연봉 계약을 끝내 해외 전지훈련 준비를 마치면서 타선의 윤곽이 드러났고 1, 3루의 주인을 가리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준혁은 10일 삼성과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6억 원, 연봉 7억 원과 옵션(매년 플러스 옵션 2억 원, 마이너스 옵션 1억 원)을 포함해 최대 24억 원에 재계약했다. 안타와 타점 등 타격 6개 부문에서 프로야구 통산 최다기록을 갖고 있는 양준혁은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뛰어난 타격 솜씨를 발휘했고 팀의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양준혁은 "올해도, 내년도 변함없이 운동장에서 가장 열심히 1루까지 질주하는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내 가치를 매년 입증하겠다. 3천 안타 달성 목표를 이루게 될 때 내가 입고 있을 유니폼은 여전히 파란색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삼성은 양준혁-심정수-제이콥 크루즈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 트리오를 갖추게 됐다. 남은 것은 베테랑 김한수가 떠나간 1루 자리와 주전이 정해지지 않은 3루 자리의 주인공을 찾는 일. 세간에 떠돌던 거포 3루수 김동주 영입설에 대해 10일 김재하 삼성 단장이 "두산에 이미 영입 의사가 없다는 의견을 직접 전했다."고 밝혀 두 자리의 주전은 내부에서 가려진다.
박석민(22), 조동찬(24), 채태인(25)이 강력한 후보군. 최형우(24), 곽용섭(24)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뛰어난 자질을 갖춘 거포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타선 침체로 고민해온 삼성으로선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양준혁이 현재 삼성 타선의 상징이라면 이들간 경쟁에서 승자는 향후 삼성 타선의 간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동열 감독의 말을 빌면 이들 중 박석민과 채태인이 한 발 앞서 있다. 둘을 이미 올 시즌 중용하겠다는 뜻을 비쳤기 때문. 상무 소속으로 지난해 2군 북부리그 홈런 1위(22개), 타점 2위(75개)에 오른 박석민은 대구고 출신이어서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로 기대를 모은다. 1, 3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것도 경쟁력.
박석민은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데다 친한 동찬이 형과 주전 경쟁을 벌이게 돼 부담이 된다."면서도 "쉽게 오지 않는 기회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3루의 주인이 되기 위해 뛸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1루 자리를 노리는 채태인은 지난해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첫 해였지만 뛰어난 타격 잠재력만큼은 인정받았다. 조동찬은 지난해 부진으로 잃어버린 주전 3루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와신상담 중. 삼성은 박석민, 채태인이 기대만큼 해준다면 조동찬을 2루나 외야로 돌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어느 자리든 이들 '젊은 피'의 어깨에 삼성 타선의 미래가 달려 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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