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꽃은 피고 물은 흐르네

꽃은 피고 물은 흐르네/ 성철 스님 외 92인 지음/ 성타 스님 엮음

살을 깎는 치열한 두타 수행 끝에 큰스님들이 마지막 남긴 주옥 같은 열반송에는 물 흐르듯이 꽃이 피듯이 그냥 그렇게 욕심 없이 세상을 살다간 큰스님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큰스님들의 열반송은 속박과 번뇌, 미망과 아집 속에서 살아온 일생을 더듬고 마지막 입멸의 순간에 던지는 '깨달음의 노래'이다.

따라서 열반송은 큰스님들이 가시는 길에 대중을 위해 남겨놓은 이 지상의 마지막 법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속에는 속세와 인연에 대한 엄격한 절제, 부드러운 화법이 시구(詩句) 속에 녹아있고 장대한 우주적 법이 서려 있어 그 감동이 크다.

그렇다고 모든 스님이 열반송을 남긴 것은 아니다. 서암 스님이나 석주 스님은 생전에 열반송을 남기지 않았다. 서암 스님은 시자가 열반송을 남길 것을 권하자 "나는 그런 거 없다. 누가 정 물으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 그게 내 열반송이다."라고 말했다. 석주 스님은 "부처님이 열반송을 남겼는데 내가 남길 말은 없다."고 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불교 중흥기인 고려 말 태고 보우 스님에서부터 조선시대 경허 스님, 현대의 선승인 정대 스님과 중국 송나라 때의 혹암 사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93명의 큰스님들이 남긴 주옥 같은 열반송들과 스님들의 행장, 일화, 선시들을 정리했다. 352쪽, 1만 3천500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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