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다 끝나갈 때면 송년 모임에 분주하기 마련이다.
나는 집에서 신문을 자주 읽는 편이라 그날도 여김 없이 신문을 넘기다가 방송사에서 열리는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 프로그램 편성표를 보고는 저녁이 되기를 기다렸다.
나와 동생은 오후 10시가 되기가 무섭게 서로 텔레비전을 켰다.
광고가 나가는 사이에 우리는 무슨 프로그램을 볼 것인지 정하기로 하고 심사숙고 끝에 가위바위보 삼세번을 하여 이기는 사람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로 결정하였다.
가위바위보!! 결국 승리는 내 것이 되었고 그렇게 동생도 결과에 순종하는 듯싶더니 갑자기 다른 채널로 돌리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옆에서 보고 계시던 엄마도 지치셨는지 시간을 정해서 보면 되지 않느냐 하셨다. 한 시간 한 시간씩 돌아가며 시청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어 나와 동생은 제안을 수락하였지만 동생의 표정을 보니 어느 때나 자기가 보고싶을 때에 프로그램을 돌릴 것 같았다. 동생의 기를 꺾지 못한 나는 그 다음날 재방송을 보고야 말았다. 아직도 서로 리모컨을 잡으려고 몸부림치던 그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요즘도 한 드라마를 두고서 동생과 나는 잦은 채널 싸움을 하곤 한다. 동시간대에 하는 드라마이고 어느 것이 딱히 더 재미있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서로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 같다.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방송사들의 전략이라면 시청자가 없었으면 지금의 프로그램 또한 생겨날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경쟁이 없으면 발전도 없듯 경쟁 속에서 더 발전된 프로그램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다인(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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