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화점 주력 상품 어떻게 변해왔나?

잡화·화장품 매장 외국 브랜드 점령

사전(辭典)에 '다양한 상품을 한 장소에 모아 놓고 판매하는 소매상점의 한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는 백화점(百貨店)엔 무엇이든 다 있는 걸까? 흔히 백화점은 웬만한 제품은 다 있는 곳으로 이해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주로 쓰이는 물건 중에서도 취급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시대 상황에 따라 주요 취급품목과 매장구성이 변하고 매출이 저조한 품목은 퇴출당하기 때문에 백화점에 가면 뭐든지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맞지 않다. 옛날 사진을 보면서 그때 시대상을 생각하고 또 현재의 변화상에 감탄사를 자아내듯 백화점 상품구성에서 시대의 변천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식품관

백화점 식품관의 매장 및 상품구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바로 홈쇼핑과 대형마트의 등장이다. 대형마트가 등장한 1990년대 중반 이전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공산품 비중(면적)이 90%로 매우 높았다. 나머지는 약국·세탁소·포장코너·꽃집 등 편의시설로 구성됐다. 당시는 정찰 가격제를 통한 다양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이 최고 인기 상품.

그러나 대형마트가 시내 곳곳에 등장, 제품의 상자·번들판매에 나서자 백화점 매장도 변화의 파고에 휩싸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종전 최고 인기상품이었던 공산품의 면적비중이 30% 수준까지 낮아졌고 한편으로 생식품의 경우 기존 상품보다 고급화했다. 이때 유기농·친환경·무농약 등 건강성 및 기능성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떡볶이·순대·납작만두 등 분식 수준의 먹을거리 판매 공간에서 양식·일식·중식 등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종합 델리존이 탄생했다.

동아백쇼핑점 푸드갤러리 이수원 차장은 "할인점의 공세에 밀려 백화점은 차별책으로 그 시대의 생활트렌드를 대변하는 비타민 전문숍, 홍삼관련 전문숍 등 전문숍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식품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델리숍'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패션잡화

10년 전, 백화점 취급 화장품은 국내 브랜드가 대다수였다. 드봉·쥬단학·태평양 등 국내 3대 브랜드를 중심으로 샤넬·크리스찬디올 등 일부 수입화장품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수입화장품 브랜드로 채워졌다. 현재 백화점 화장품매장은 해외브랜드인 SKⅡ·시슬리·비오템·크리니크·안나수이·클라란스 등과 국내 브랜드인 아모레헤라·설화수·LG생활건강오휘 등이 채우고 있다.

패션잡화의 경우는 10년 전에는 페라가모·발리·구찌 등 3~4개의 해외 브랜드가 있었을 뿐이지만 현재는 루이비똥·셀린느·듀퐁·휴고보스 등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가 모두 입점한 상태다.

잡화매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양말매장의 축소. 10년 전만 해도 패션잡화 매장의 상품구성에 양말·내의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해당 상품의 주도권을 대형마트에 내주고 매장규모를 최소화했다.

◇의류

가장 큰 변화는 상품구매 고객의 연령이 최소 10년에서 많게는 20년 이상 젊어졌다는 것. 이를 두고 백화점들은 예전에 백화점을 이용했던 고객이 주부 또는 어머니가 돼서 백화점을 친근하게 생각하고, 즐겨찾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의류 브랜드의 경우 남녀의류 모두 연령보다는 디자인 중심의 전략을 쓰고 있다. 결과, 요즘은 여성의류의 경우 모녀가 함께, 남성의류는 부자가 함께 입을 수 있는 브랜드가 등장한 상태다. 또 남성복의 경우 예전에는 각 브랜드마다 정장·셔츠·액세서리 등으로 개별 상품판매에 주력했으나 현재는 각 브랜드마다 관련상품을 종합, 토탈매장화 했다. 정장·셔츠·넥타이는 물론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상품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해 할인점 등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

◇생활용품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백화점에서 가장 많이 변한 곳이다. 당시 백화점은 생활용품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홈쇼핑의 등장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구색상품을 과감히 버리기 시작했다. 러닝머신·자전거 등 건강관련용품을 비롯해 의료보조·자동차·욕실·주방·생활가전용품은 물론 도서·음반매장까지 뒀으나 대형마트들의 대량진열과 생활·가전제품의 저가공세에 밀려나게 됐다.

가전제품은 대형마트·전자제품전문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고화질의 LCD·PDP 등 영상가전과 디자인·기능성 중심의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등으로 매장을 구성하고 있다. 오디오는 컴퓨터·MP3·홈시어터 등의 보급확대로 역할이 모호해짐에 따라 시대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프로젝션 TV와 브라운관 TV도 매장에서 사라졌다. 세탁기의 경우 드럼세탁기만 취급하고 있다. 노트북 컴퓨터도 일부 백화점에서는 아예 비치하지 않고 있거나, 구색용으로 몇 가지만 취급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고 매출이 저조한 때문이다. 문구나 레코드 매장도 백화점에서 사라졌다. 대구백화점은 작년에 문구 매장을 철수했고, 대백프라자도 레코드 매장을 철수하고 문구매장을 이동, 종전 면적의 절반 선으로 줄였다.

◇연대별 인기품목

1944년 66㎡ 규모로 출발, 유통 대기업으로 성장한 대구백화점에서 연대별로 주로 팔렸던 제품들을 보면, 그 시대의 경제 생활상을 볼 수 있다. ▷1950년대= 달걀과 생닭·햅쌀·밀가루 등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식품이 가장 인기였다. ▷1960년대=설탕·비누·조미료 등 생필품이 주류. 3㎏, 5㎏ 등의 포장 설탕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1970년대=식용유·치약·와이셔츠·피혁제품·주류 등이 인기. 경공업 발전과 함께 스타킹과 빨간내복 등 나일론제품이 등장했다. 여러 종류의 과자가 들어있는 과자 종합선물세트도 인기품이었다. 전화·TV·냉장고 등 가전수요가 차츰 일어나던 시기다. ▷1980년대=경제성장으로 넥타이·스카프·지갑·벨트·양말세트 등 신변잡화가 부상하고, 갈비·정육·과실·선어 등 신선식품이 인기를 끌었다. 컬러TV·VCR·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백색 가전'이 주류를 이뤘으며, 여성·아동복 또한 주요 아이템이었다. ▷1990년대=인삼·꿀·영지 등 건강기호식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골프웨어·헬스기구 등 스포츠·레저관련 상품들도 잘 팔렸다. ▷2000년대=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가 빨라지면서 디지털카메라·MP3·PMP 등 휴대용디지털 미디어의 보급과 LCD·PDP TV 등 가전제품에도 경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웰빙시대에 따라 친환경과일·와인·올리브유·전통장류 등 웰빙 먹을거리와 아로마·반신욕제품 등 웰빙 관련 상품이 주력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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