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피 한 잔에 추억은 두 장" 카페 '버라이어티'

'우린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

'우린 공짜로 커피를 마시면서 적성검사를 받고 진로상담까지 한꺼번에 끝낸다.'

'우린 도서관에 가는 대신 카페에 가서 차와 책을 동시에 섭렵하고 세미나를 연다.'

요즘 대도시에선 다양한 욕구를 충족해주는 이색카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몇천 원의 저렴한 가격에 차와 빵을 무제한 제공하는 카페도 있고 '양심가게'처럼 주인 없는 카페도 있다. 물론 CCTV도 없다. 사주카페에서는 주인이 직접 사주와 궁합을 봐준다.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보드카페도 한때의 유행처럼 생겨났고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마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북카페' 형식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잡(JOB)카페

잡카페는 취업과 진로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20대들이 많이 찾는 카페다. 대구시 중구 YMCA건물 1층에 얼마 전 문을 연 잡카페에서는 직업심리검사와 직업훈련상담 등의 청년층 직업지도프로그램은 물론 1대 1 컨설팅과 취업특강 등의 다양한 메뉴로 젊은층의 발길을 잡고 있다. 차는 물론이고 이용료는 무료다. 노동부에서 20, 30대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카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딱하지 않다. 실내에서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원두커피는 물론 녹차까지 마실 수 있다. 인터넷검색을 통해 취업정보를 찾을 수 있고 '가상면접시스템'이 있는 개인부스에 들어가서 각 기업체에 맞춘 특성화된 면접을 준비할 수도 있다. 녹화된 화면을 다시 보면서 잘못한 부분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안쪽에 마련된 세미나실과 동아리방에서 취업관련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마침 다음카페의 한 취업동아리 회원 4명이 job세미나실에서 '모의PT면접'을 하고 개선해야 할 점을 서로 지적해주고 있었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이다. 이들은 "학교나 일반카페에 모여서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여기는 취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무료로 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드레스카페

동성로에 있는 한 '드레스카페'는 겉보기에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었다. 카페 곳곳에 부케와 예쁜 의자 등이 놓여있는데다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무대와 '파우더룸'이 따로 마련돼있다. 마침 웨딩드레스를 입은 3명의 신부가 동시에 사진을 찍고 있어서 '웨딩숍'으로 착각을 할 정도였다.

"여자들은 웨딩드레스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누구나 한번쯤은 예쁜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어하잖아요." 생활에 바빠서 웨딩드레스도 입지 못하고 사는 부부들도 많다.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혁상(30) 씨는 이런 여성심리를 활용, 지난 2005년 드레스카페를 열었다. 친구들과 함께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던 박은아(22·영남대 2년) 씨는 "웨딩드레스를 처음 입어보는데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라며 까르르 웃었다. 장혜민(22·영남대 2년) 씨는 "조금 부끄럽다."며 결혼을 앞둔 신부처럼 수줍어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김수진(23) 씨는 "친구 말 듣고 찾아와서 입어보니 새롭고 재미있다."면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주고객은 20대 여성들. 신혼부부들도 함께 와서 결혼기념일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차와 음료값 외에 드레스 대여비로 5천~1만 원을 따로 받고 디지털카메라를 대여하고 찍은 사진을 CD에 담아주기도 한다. 음료를 마시면서 드레스앨범에서 입고 싶은 드레스를 골라 파우더룸에 가서 '신부화장'을 한 후 드레스를 입으면 깜짝 신부로 변신할 수 있는 곳이 드레스카페다.

▶다양한 카페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대구 도심 동성로에 문을 연 한 대형커피전문점은 한 층을 라이브러리로 꾸며 '북카페' 형식으로 운영하는 복합형 카페를 선보였다. 10일 이곳에서 동아리친구들과 세미나를 하고 있던 임미영(22) 씨는 "학교에서는 편하게 또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공부를 할 수 없지만 이곳에 와서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함께 스터디를 할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혼자서 창가에 앉아 하루종일 책을 읽고 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2·28기념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한 카페에는 식사를 하면서 독서를 하는 나홀로족이 꽤 많다. 삼덕동의 한 북카페는 아예 양쪽 벽을 책장으로 꾸미고 테이블 곳곳에 책을 비치해뒀다. 누구나 책을 읽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 다른 한 카페는 건물 전체를 다양하게 꾸며서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3, 4층 세미나실에서는 각종 모임을 할 수 있어서 생일파티를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동성로에 있는 한 '사주타로카페'에서는 동양철학을 공부한 주인이 직접 사주를 봐준다. 음료값은 3천 원이지만 사주 보는 데는 4천~8천 원의 복채를 내야 한다. 커플이 함께 사주를 보면 궁합은 덤으로 봐준다. 타로카드점을 봐주기도 한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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