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소설가'로 불리는 이가 있었다.
'순수문학을 목숨처럼 사랑했기에 하루 라면 한 끼로 얼음장 같은 세 평 남짓한 방안에 30여 년을 틀어박혀 곱은 손 입김으로 녹이며 글을 쓰던 소설가가 있었다.(중략) 그를 볼 때마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를 떠올린다. 광기와 죽음 앞에서조차 처연한 순수문학의 정수로 외길을 걷던 문학청년, 그가 바로 강준용이다.'('전설의 소설가에 대한 단상'(유민) 중에서)
문단 생활 30여 년의 현재에도 전 재산은 책과 그릇 몇 개가 전부인 그의 삶을 잘 요약한 글이다. 영양에서 태어난 소설가 강준용(56)이 소설집 '숭선에서'(도서출판 이유)를 펴냈다.
물질과 담을 쌓고 살아온 그의 눈에 비친 도시의 풍경은 어떨까. 기계 문명에 갇혀 인간 가치를 상실한, 욕망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비정한 정글이 아닐까.
첨단에 점령당한 인간의 근원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그린 '핸드폰 핸드폰', 그 속에서 침식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편의점에서 긋는 곡선', 현 사회의 물질 문명의 폐단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호떡 굽는 날', 오히려 순수한 자가 몰락되어야 하는 근거를 보여준 '하일 히틀러', 물질의 노예로 전락되는 '금고기를 보내며', 두만강 숭선 마을에서 경계선을 넘어 새로운 삶을 꿈꾸는 '숭선에서' 등이 그렇다.
수록된 10편의 작품들은 독립된 단편이지만 근원적인 주제는 하나로 연결된다. 잃어버린, 또 찾아야 하는 휴머니즘이다. 그는 이 소설집에서 휴머니즘을 억압하는 상업주의가 가져온 반인간적인 현상을 사실적이면서도 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1978년 극단 '집시'의 멤버로 '날개' '개의 행복' '무인도' 등 희곡을 발표했고, 1987년 단편 '철석골의 막장'이 월간문학에 당선되면서 소설로 전환했다. 1987년 '개의 행복'으로 예술계 신인상, 1988년 '하얀궁전'으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후 각 문예지에 9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숟가락 하나, 냄비 하나가 전 재산일지라도 나는 늘 행복했다."며 "'숭선에서'는 소외된 자들의 인간찾기 승리이다. 휴머니즘을 바탕에 깔고 있다. 작가인 나는 사람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328쪽. 1만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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