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양가 집안의 상견례를 마친 A씨(32)는 이달 중 결혼식을 하기 위해 부랴부랴 한 호텔 예식홀을 잡았다. 결혼 날짜를 잡던 A씨 예비 부부는 '음력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결국 급하게 결혼 날짜를 13일로 잡은 그는 "택일을 하러갔더니 2월이 '바람달'이라며 무조건 1월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대구 예식장들을 둘러봤는데 150석 이상 규모의 홀은 모두 예약이 돼 있어 식장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새해 들자마자부터 결혼 러시를 이루고 있다. '바람달'을 피해 결혼을 서두르는 예비 부부들로 1월 결혼식이 폭주하고 있는 것.
대구 중구 E호텔의 경우 이달 홀 예약이 꽉 찼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결혼식이 25건 정도였지만 올해에는 35건으로, 예약율이 30% 이상 껑충 뛴 것. 이곳 김장훈 총지배인은 "예비 커플들이 길일을 받아서 홀 예약을 하러 오는데 올 1월에는 유난히 길일도 많고 2월까지 넘기지 않으려는 커플들이 많은 것 같다."며 "2월이 '바람달'이라서 예식을 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동구 V예식장 등 다른 예식장들도 홀 예약이 동나지는 않았지만 쌍춘년이었던 지난해 수준 정도로 예약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
1월 결혼러시는 '길일'이 많은데다 2월의 경우 영등할미가 내려오는 '바람달'이기 때문에 결혼이 1월에 몰린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다. 영등은 바람을 일으키는 신으로, 영등할미는 2월 1일 천계에서 딸이나 며느리를 데리고 내려오는데 이 때 비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2월에 결혼을 하게 되면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에 불화와 갈등이 생긴다는 것. 또 쥐띠해 중 특히 '무자년(戊子年)'에는 정초부터 길일이 많다는 유래도 1월 결혼이 폭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성병희 안동대 명예교수(민속학과)는 "예전에는 음력, 양력 등으로 나눠 생각하고 특히 어른들의 경우 음력 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새해가 시작되는 것부터 해가 바뀌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며 "쌍춘년이었던 지난해 이후 무자년 정초에 결혼식이 많은 것도 무자년 정초에 운이 많다고 생각하는 철학관이 추천을 하고 또 그 운을 받고자 하는 예비 부부들이 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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