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핸 '비빔밥·짬봉 펀드'를 골라 타라

지난해 중국펀드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날아다녔다. 한 개인투자자는 무려 110%의 수익률을 자랑하다 환매시기를 놓쳐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40% 이상의 수익률을 거머쥐었다. 인도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 40∼50%의 수익률을 올렸다며 함박웃음을 짓던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에는 중국이면 중국, 인도면 인도 등 특정 국가에 집중투자한 해외펀드가 재미를 보는 단일 메뉴 전성시대였다.

하지만 올해는 비빔밥·짬뽕처럼 섞어나오는 메뉴, 즉 여러 국가에 나눠 투자하는 펀드가 새해 초부터 단연 인기다.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오면서 '분산을 통한 위험 회피' 작전이 나오고 있는 것. 때문에 올해 해외펀드 시장은 '비빔밤·짬뽕' 메뉴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비비고 섞어라

대구권에서는 금융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대구은행 각 지점. 이곳에서 올들어 가장 인기있는 펀드는 슈로더투신의 '슈로더브릭스 주식형펀드'다. 지난 2일 이후 10일까지 1주일 동안에만 88억 원이 순증됐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4개 나라에 분산투자하는 상품. 전국적으로도 슈로더브릭스는 지난 8일을 기준으로 전날보다 202억 원이 추가로 들어오는 등 펀드수탁고가 4조 3천226억 원을 기록하면서 '공룡 펀드'로 올라서고 있다.

이 상품 외에도 '브릭스 투자'를 내세운 펀드는 인기 절정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의 '미래에셋브릭스 업종대표주식형자1'과 '미래에셋브릭스 업종대표주식형자 1C-A'는 지난 8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국적으로 설정액이 각각 4천178억 원과 3천3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한BNP파리바투신의 '신한BNPP봉쥬르 브릭스플러스주식투자-자(H)'도 설정액이 1조 3천801억 원을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왜 그럴까요?

사실 지난해 중국펀드가 '좋다'는 함성이 터져나왔어도 10월 말 이후엔 몹시 나빴다. 때문에 막차를 탄 사람들, 즉 지난해 10월 말 이후에 들어간 사람들은 손해를 본 경우가 많다. 특정 국가, 즉 중국 한 곳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식의 '몰빵'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대구은행에서는 올 들어 가장 환매가 많은 펀드가 미래에셋의 차이나펀드다. 올 들어 10일까지 33억 원의 순환매를 기록했다. 10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5.41%였다. 특정 국가에만 집중하는 펀드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현상이 심화하는 이유다.

특정 국가가 '내리막길을 걸어도' 다른 나라에서 만회하면 된다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여러나라를 섞은' 펀드 또는 '몇 가지 섹터를 엮은' 펀드는 판매에 날개를 달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추가하거나, 소비재와 인프라를 섞는 결합펀드가 이런 유형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신한BNP파리바운용이 공동으로 내놓은 '봉쥬르그레이트 이머징펀드'의 경우, 브라질과 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 지역에다 우리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섞어놨다. 한국투자증권 대구지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이 펀드를 판매한 지점 중의 한 곳으로 집계되는 등 대구 투자자들도 집중 주목했다.

한편 이런 바람을 타고 한국투신운용은 지난 2일 '한국아시아에릭스주식형펀드(에너지·원자재·사회간접자본·소비재 등 여러 섹터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를, 삼성투신운용이 4일 '삼성이머징다이나믹펀드(매달 시장 전망이 좋은 전세계 10여 개 국가를 선정, 시장 변화에 따라 자산 배분을 탄력적으로 조절)'를 내놓는 등 다양한 '섞기' 상품이 나오고 있다.

◆어떤 전략을 세울까?

반현정(대구은행 제휴사업부) 과장은 "브릭스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현재 압도적으로 많다."며 "분산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도 찾고, 이머징마켓에서 기대되는 고수익도 노리려는 일거양득 전략 때문에 브릭스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모두가 분산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인도펀드에는 새해들어서도 여전히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며 "인도펀드도 지난해 수준(50%가량)은 아니지만 올해 20% 이상의 수익률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배형근(삼성증권 대구중앙지점) 과장은 "해외시장에서 불안한 상황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들도 여러가지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며 "올해는 브릭스펀드 등 여러 나라 또는 섹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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