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해바라기' 지친 지역 경제계 '노키아 환영'

노키아 협력사 4개 대구권 이전

휴대폰 세계 1위업체 노키아의 주요 협력사들은 수도권과 마산·창원 벨트에만 포진해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노키아 주요 협력사들의 대구권 진출은 지역 모바일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지난해 6월부터 (주)모센, 지비엠 등 수도권과 마산·창원의 노키아 협력사들이 대구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삼성전자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모바일단말상용화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쪽에서 '어떻게 되가는가?', '잘 되겠는가?' 등 겉으로는 추진상황을 체크하는 것 같았지만 듣는쪽에서는 '압력'으로 느껴졌다고 실토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가 협력업체 관리에서는 노키아보다 한 수 아래이고 기존 지역 협력업체들의 불만도 적잖은 터였다.

◆노키아 협력사 유치과정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생산 1위 업체지만 휴대폰 강국인 한국에서는 브랜드 명성이 왜소하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통신 분야 종사자들도 노키아라는 브랜드를 쉽게 볼 수 없기 때문.

노키아가 한국에서 LG전자보다 더 많은 휴대폰을 생산하고, 보안과 통신시스템 등에서 독보적 실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키아는 마산에 있는 '노키아TMC'라는 생산법인을 통해 연간 5천만 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단일 휴대폰 제조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도 자랑한다.

노키아 협력사 유치는 노키아TMC에 근무한 이종섭 모바일단말상용화센터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평소 노키아 협력사 CEO들과 연구모임을 가졌던 그는 삼성전자 일변도의 거래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업체유치를 계획했다.

당초 한 업체씩 유치하려다 글로벌 기업들의 구매시스템이 급격히 바뀌는데 착안, 집단유치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종섭 센터장은 "노키아 경우 구매시스템이 부품 원-바이-원(0ne By One) 구입에서 집중구매, 모듈화 패턴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4개 기업이 공동법인을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방식으로 유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왜 왔나?

노키아 협력사 4개가 대구로 이전한데는 모바일 산업인프라 경쟁력이 어느 지역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전 기업들은 당초 창원, 김해·장유 등지로의 이전을 고려했지만 결국 대구로 방향을 틀었다.

먼저 대구와 구미권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모바일 산업을 주요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용하고 있는 모바일단말상용화센터를 비롯해 모바일과 관련있는 나노부품, 신소재, 임베디드소프트웨어센터 등 다양한 지원기관이 입지하고 있는 것이 이전 기업들의 구미를 당겼다.

창원 등지는 중공업·기계중심의 산업으로 공장용지가 평당 400여만 원에 이르고 인력수급에서도 경북대를 비롯한 우수인력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것도 이유다.

박광길 대구신기술산업본부장은 "모바일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면서 그동안 많이 깔아 놓은 기업지원 인프라와 대구와 구미를 연결하는 모바일산업이노벨트 조성 계획이 기업들의 유치를 견인한 요소가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삼성 짝사랑' 이젠 그만둘까?

대구시와 경북도는 삼성에 줄곧 투자를 요청하고 있지만 답변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최근 사석에서 "삼성에 대한 짝사랑은 이제 그만두어야 겠다. 대기업을 비롯해 대구로 오려는 알짜기업들이 많다."며 섭섭함을 표출한 바 있다.

삼성협력업체 한 사장은 "삼성이 구미 생산기지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선과 사업아이템을 다각화하고 싶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한계가 크다."고 했다.

앞으로 노키아,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의 모바일 부품 소싱(구매)전략이 급변하게 돼 지역 기업들의 부침도 심할 전망이어서 이번 노키아 협력사 이전처럼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

글로벌 모바일 기업들은 올해부터 단일 부품에서 모듈화·집중구매, 적어도 반제품 수준까지 집적시킨 구매패턴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

이종섭 모바일단말상용화센터장은 "지역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부문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통합 R&D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파트너를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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