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 대구·경북 민심-④지역주의 망령 벗어나자

"특정 정당 독식 구조, 뭘 남겼나"

한국정치의 최대 폐단은 지역주의이다. 선거 때마다 맹위를 떨쳐온 지역주의는 지난 대선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보였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 주었고 호남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선택했다. 때문에 '호남 포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대구·경북은 과연 어떤가. 우리는 지역주의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지역 밖의 시각은 다르다. 대구·경북 역시 지역주의의 본산이라는 것이다. 지역 밖의 많은 사람들은 이런 물음을 던진다. "이명박 당선인이 경북 출신이 아니었다면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괜한 트집이 아니고 아픈 질문이다.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에 몰표를 던진 우리의 과거 때문이다.

지역내 많은 사람들이 '특정 정당 싹쓸이는 안 된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다양화는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항상 특정 정당의 독식이었다. 이번 총선은 어떨까. 적잖은 지역민들은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 역시 '좌파 정권 10년'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별히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매일신문의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도민 10명 중 7명(69.1%)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독식구조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61.9%)이 지역발전에 도움 안 된다고 답했다. 이는 결국 시·도민 대다수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면서도 독식 구조는 거부하는, 심리적 갈등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사실 한나라당 독식구조에 대한 거부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지난 2004년 총선 때도 시·도민들 사이에 "3공 이후 30년간 정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착각이었다.", "'대구경북(TK)정권 30년' 동안 '서울 TK'들만 잘 먹고 잘 살았을 뿐 지역민들은 껍데기였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이런 반성과 자조가 행동의 변화로 탈(脫)지역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물론 이 같은 탈지역주의와 관련,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지역이 변하지 않는데 우리에게만 변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타당성 있는 의견일 수 있지만, 탈지역주의를 선도함으로써 선진정치 1번지가 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는 시각도 많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자유신당' 등 지역 내 미래 야당들은 지역민들의 이런 자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들 당 관계자들은 "일당 독식구조 탈피는 우리에게 회생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자기반성과 쇄신으로 당의 체질을 강화해 생활정치를 통해 건전한 야당의 역할을 수행, 지역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처럼 변화를 바라는 지역민들이 기대 심리가 이번 총선에서 반영돼 한나라당 일당 독식 구조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이 갖춰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정경훈기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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