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명태

'명태'는 고등어'갈치 등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대표적 생선의 하나다. 맛이 담백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좋아한다. 가격이 싸서 특히 서민들의 밥상에 자주 오른다. 말하자면 '국민 생선'인 셈이랄까.

명태는 유별난 점도 많다. 무엇보다도 이녀석만큼 여러 이름을 가진 생선도 없다. 갓 잡아 얼리지 않은 것은 '생태', 꽁꽁 얼린 것은 '동태',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가공한 것은 '황태', 바짝 말린 것은 '북어',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 명태 새끼는 '노가리', 그 알은 '명란'. 이름만큼이나 조리법도 다양하다. 특히 생태'동태로 끓인 국이나 찌개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고 북어나 황태는 통음으로 속 쓰린 술꾼들에겐 구세주나 다름없다.

명태만큼 우리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생선도 드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거의 예외없이 희화화돼 있다. '명태 만진 손 씻은 물로 사흘 동안 국 끓인다'(몹시 인색한 사람), '북어 한 마리 주고 제사상 엎는다'(변변치 못한 것을 주고 큰 손해를 입힌다), '북어 뜯고 손가락 빤다'(거짓 또는 과장)라든지 '북어 껍질 오그라들듯 한다'(사업이나 살림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명태도 한껏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이 있으니 바로 애창 가곡에 명태가 주인공으로 버젓이 올려져 있는 점이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로 시작되는 양명문 시, 변훈 곡의 '명태'는 해학적인 가사와 오현명의 묵직한 바리톤, 노래 중간에 터져나오는 '하하하하~'웃음소리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특히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짝 찢어지어 내몸은 없어질지라도/ 내이름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있으리라'는 가사는 비장함 속에서 솟구치는 호탕함이 심장을 뛰게 만든다.

취업포털사이트 '커리어'가 작년 취업 시장에 새로 등장했거나 유행했던 신조어를 발표했는데 거기에도 명태가 끼어 있다. '명태'는 명예퇴직, '황태'는 황당한 퇴직, '동태족'은 한겨울에 명예퇴직한 사람, '알밴 명태족'은 퇴직금을 두둑이 받은 명예퇴직자, '생태족'은 해고 대신 다른 부서로 전출당한 사람을 말한단다. 바닷속 명태는 이런 세태를 알까, 모를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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