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중에도 변덕이 유별난 봄 날씨는 하루에 몇 번 정도 왔다갔다 변덕을 부릴까. 마크 트웨인은 그의 소설 '뉴잉글랜드의 기후'에서 '헤아려 보니 136번이더라'고 썼다. 좀 심하게 빗댄 듯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의 변덕스러움은 동서양이 없는 모양이다.
최근 우리 기상청도 날씨 예보를 족집게처럼 못 맞춰낸 죄로 잇따라 호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창밖에 벌써 눈발이 내리는데 '오후쯤 눈이 올 것 같다'는 식으로 뒷북 예보를 하니까 네티즌들의 몰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십억 원짜리 기상관측 계기를 구입하면서 뒷돈 받아먹은 비리까지 터진 뒤끝이라 이래저래 '고개 숙인' 부처가 됐다. 하기야 낯부끄럽게 된 그분들도 속으로는 '당신들이 한번 맞춰봐라'고 볼멘소리를 삼키고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날씨예측이란 게 아무리 기상위성을 띄우고 첨단기기를 갖춰도 100% 척척 맞춰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날씨를 미리 알고 싶어하고 오랜 세월 관찰에 의해 대기현상의 경험적인 징조를 밝혀낸 것은 이미 기원전의 일이다. 예를 들어 바빌론의 점토판에 새겨진 '태양의 해무리가 생기면 비가 내린다'는 기록 같은 것이다. 그리스인도 일찍이 관찰경험을 토대로 1년치 평균날씨를 石版(석판)에 새긴 일기예측 달력을 만들어 市場(시장) 바닥이나 광장에 기둥을 세워 걸어놓았다고 한다. 당시 뱃사람이나 농사꾼들이 항해와 농사일에 꽤 유용하게 이용했다지만 아쉽게도 그러한 수천 년 동안 다양한 민족들이 나름대로 오랜 자연관찰에 기초해 축적해온 날씨예측 징조들은 거의 다 잊히거나 사라지고 이름만 그럴싸한 '과학적 예보'에 매달리는 시대가 됐다.
말로는 과학예보 시대라지만 예측 못한 폭풍으로 북대서양에서 하루 사이 600척의 선박이 난파된 것도 과학예보 시대라는 20세기(1929년)의 일이다. 수천 년 전 광장기둥에 걸어둔 석판 달력보다 나을 게 뭐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자연의 기상현상은 인간의 과학보다 짚신벌레나 해파리, 앵초 같은 동식물이 더 잘 알아낸다. 이제는 기상과학도 자연의 징조와 생태계 속에서 찾아내야 할 이유다.
이미 모스크바대학의 바이오닉스(생물공학) 연구자들은 폭풍우를 10~15시간 전에 감지하는 해파리 귀의 작동원리를 이용해 폭풍예보 전자장치를 개발했다. 중국의 일부 지방 농민들은 아직도 미꾸라지나 메기를 이용해 날씨를 예측한다.
1794년 프랑스군이 네덜란드를 침략했을 당시 대포도 병력도 빈약했던 네덜란드가 운하 수문을 열어 공격루트의 도로를 물에 잠기게 해서 저지했지만 프랑스군 사령관은 거미가 거미줄을 활발히 치는 걸 보고 화창한 날씨를 예측, 퇴각계획을 취소하고 공격한 것은 곤충의 날씨예측 본능을 전쟁에 이용한 예다.
요즘엔 그런 다양한 기상예측 수요를 기상청만이 맡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민간 기상정보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다. TV 날씨뉴스처럼 대구 비, 서울 눈, 부산 맑음 식으로 뭉뚱그려 예측하는 게 아니라 5㎢ 정도 좁은 지역 범위로 쪼개고 예보시간도 3시간 단위로 순간예보해주는 단계까지 와있다. 그런 민간기상업체가 10개쯤 된다. 매출도 2001년에 40억 원에 불과했던 것이 매년 2배 가까이 늘어 최근엔 2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고객은 건설회사, 레포츠 관련기업, 유통, 음료회사 등 다양하다.
그러나 그쪽도 아직 해파리나 짚신벌레보다 더 정확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난방기구 생산회사도 기상청만 믿다 낭패 보기보다 가을 개미집이 높게 지어지거나 꿀벌이 벌집 구멍을 좁게 막으면 생산을 늘리고, 어선은 해파리가 낮은 바닷가로 피해오면 폭풍을 알고 나가지 않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
기상청이 잇따라 몰매 맞는 걸 보면서 자연의 섭리와 보이지 않는 초능력 앞에 욕먹는 예보자나 욕하는 수용자나 다함께 겸허해 보자는 생각이 든다. 마크 트웨인의 봄 날씨만큼이나 변덕 많은 겨울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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