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과 함께하는 논술] 역사적 사실의 올바른 해석과 왜곡

박병욱(경북외국어고 교사)
박병욱(경북외국어고 교사)

◆ 출제 의도

이번 논제는 경상북도 교육청 논술교실에서 출제한 2007년도 2학기 논술 제4회 고등학교 2학년용 문제입니다. 이번 논제에서는 '역사적 사실의 올바른 해석과 왜곡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현상보다는 본질을 꿰뚫어 봄으로써 현상의 일반화된 원인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자신의 생각을 단선적으로 전개하기보다는 예상되는 반론을 스스로 검토함으로써 좀 더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사고 과정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 논제 분석

△논제 1

논제 1에서는 제시문 [다]의 ㉢"최근에는 역사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작가의 시각이 역사적 보편성을 주장하는 역사학자의 시각보다 우위에 있다." 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존재함을 전제로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분석한 글을 논술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로서의 역사를 소재로 하여 작가가 자신의 주관을 적극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과거의 사실은 현재의 우리 삶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과거의 사실이 특정한 영웅이나 지배 계층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시사에서 미시사, 영웅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개인 중심의 역사 서술로의 역사 연구 방향 전환 등의 포스트 모더니즘적 요소가 반영된 관점입니다. 여기에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와 콘텐츠의 기능을 하며, 이것이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낳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 아래 우리 사회의 현실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은 나름대로의 현실을 반영한 타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논제 1에서 요구한 원인 분석은 이렇듯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견해를 논리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논제 2

논쟁형 논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둘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여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되 반드시 반론과 재반론의 과정을 논지 전개 과정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은 역사가들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객관주의적 역사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은 역사가의 역사에 대한 해석과 상상력을 강조한 주관주의적 역사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느 입장을 택하든 두 입장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논술입니다. 사실 이런 논제는 두 입장에 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논지를 전개하기가 힘듭니다.

전자의 입장은 역사가의 역사에 대한 책무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중심에 두고 실증 가능한 사실이나 사건만을 역사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것을 주장합니다. 실증적이지 않은 대상을 역사가가 함부로 자의적인 해석을 내려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역사가의 역할은 상당 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학자 랑케의 입장과 매우 유사합니다.

후자의 입장은 카의 상대주의적 또는 주관주의, 현재주의적 입장과 유사합니다. 역사적 사실이란 역사가가 그것을 찾아줄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역사는 역사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역사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이란 생명 없는 무의미한 존재와 같다는 것이 카의 주장이며, 이는 전자의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입니다. 어느 입장을 취하든 논지 전개 과정에서는 논제에서 요구한 반론과 재반론을 포함해야 합니다. 반론은 상대 입장에서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는 주장에 대한 반론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어떠한 반론이라도 반드시 포함하여 논지를 전개해야 논제의 요구 조건을 따르는 글이 됩니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전자는 객관적 사실을 중시하는 실증주의적 역사관을 의미하며, 후자는 역사가에 의한 역사의 주관적 재구성을 강조하는 역사관입니다. 또한 역사를 배우는 의의를 세 가지 항목으로 요약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배움으로써 현재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삶의 지혜를 습득할 수 있고, 역사적 사고력과 비판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제시문 [나]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대하사극 '왕과 나'의 역사 왜곡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속성상 극적 장치를 위해 일정 부분 역사적 사실의 왜곡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하 사극이 역사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올바른 역사는 알리는 것이 옳다는 주장입니다.

제시문 [나]는 작가나 제작자의 의도된 역사 왜곡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글입니다. 즉 역사가의 역사에 대한 지나친 주관적 해석은 자칫 역사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 글입니다.

△제시문 [다]

제시문 [다]에는 사극에서의 역사적 사실 왜곡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극도 역사적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과 극적 재미와 갈등을 만들기 위해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입장이 있으며, 작가의 상상력은 관점과 해석의 범위 내에서만 발동되어야 한다는 중도적인 입장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제시문 [다]에는 사극에서의 역사적 사실의 해석을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 학생 글

△논제 1.

최근 중국의 역사왜곡 동북공정과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만주와 고구려, 발해 등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대형사극들이 방영되고 있다. 이런 사극들의 등장과 함께 또 한 번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역사 왜곡 문제이다. 최근 방영되는 왕과 나만 해도 근거가 부족한 예종 독살설 등을 내세우는 등 역사 그 자체만으로는 신뢰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극, 즉 작가들의 팩션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은 역사의 의무이겠지만 사극은 드라마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을 매혹하고 끌어들일 요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이러한 과장으로 인한 당시 역사적 상황을 생생하고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 역시 어렵게만 생각했던 역사를 좀 더 즐기고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논란은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점이 있으면 장점 역시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논제 2.

대조영, 이산, 왕과 나, 태왕사신기 등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수많은 사극들이 나왔다. 이러한 사극들은 거의 모두 역사적 사실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것들을 극적 재미와 갈등을 위해 방영하기에 자칫 잘못하면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경고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사극 역시 드라마라는 것이다. 자칫하면 지루해지기 쉬울 수 있는 역사적 사극제작에 있어서 극적 재미와 갈등의 요소를 넣는 것은 시청률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또한 단조로운 전달이 아닌 좀 더 격정적이고 역동적으로 역사를 서술해 나감으로써 좀 더 쉽게 우리들이 역사를 접하고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역사가들의 경고는 충분히 새겨들을 만하다. 올바른 역사 가치관의 확립은 후대를 위해서나 지금 현재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사실은 사극 작가들의 팩션 역시 수많은 역사적 고증을 거쳐 거기에 기반해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말하자면 사실에 약간의 양념을 더 섞을 뿐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되었던 중세기사처럼 표현된 고구려 철갑기마병의 모습은 어떤 사서에서는 실제로 철갑을 온몸에 두른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역사적 사서의 문장 역시 해석의 차이로 인해 사실을 흐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고려대 교수가 밝힌 거북선이 철갑이냐 아니냐의 논란역시 거기서 시작된다. 나무를 쇠처럼 단단하게 제련해 거기에 얇게 철판을 펴바른 것을 철갑선이라고 표현했다는 설도 있고 실제로 철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설도 있다. 즉 해석의 다양성, 여러 사서들을 넓게 보자면 작가들이 표현하는 사극에서의 역사 역시 그렇게 심각하게 과장된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다. 명확하지 않은 수많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을 얼마나 우리 역사가들이 잘 해석해 나가느냐에 역사관의 확립과 민족의 뿌리는 올바르게 세워진다. 그러나 이런 역사를 해석할 권리를 가진 역사 기득권층들이 사극의 역사왜곡 논란에서 해야할 역할은 사실을 아예 무시한 왜곡 방지이다. 이렇게 올바른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사극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고 역사 역시 우리의 삶에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김재학(구미고 2학년)

◆ 첨삭 지도

△논제 1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역사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작가의 시각이 왜 역사적 보편성을 주장하는 역사학자의 시각보다 우위에 있는가를 밝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현상으로 드러난 것이 드라마 '왕과 나'의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드라마의 사례에 대한 원인 분석으로 논지를 전개할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 나타난 현상의 이면에 어떤 원인이 숨어 있는가를 논리적으로 밝혀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500자가량의 글을 쓸 때에는 굳이 서론 부분을 따로 쓰지 않아도 됩니다. 중국의 역사 왜곡 문제를 언급한 것은 그런 면에서 좋지 않습니다. 또 이 글의 앞부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역사 왜곡 문제이다'라고 밝힌 것은 논제에서 벗어난 문제 제기입니다. 짧은 글을 쓸 때는 논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야 합니다.

마지막 문장과 같은 언급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논술문을 읽는 사람은 대입 시험이면 교수이고, 학교 수업이면 교사입니다. 독자가 교수나 교사인데 마지막 문장과 같은 표현은 곤란하겠지요. 이 글은 논술 시험에 해당하는 글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논제 2

3문단으로 된 글입니다. 1문단과 3문단은 잘 썼습니다. 2문단은 형식적으로는 너무 길게 적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내용 전개 면에서는 반론과 재반론에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 글은 ㉡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반론으로 택한 내용은 ㉡의 주장대로 사극이 진행되면 올바른 역사 가치관을 확립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의 논지 전개는 좋았습니다. 문제는 반론에 대한 재반론입니다. 형식적으로는 '그러나'라는 접속어를 사용하여 재반론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올바른 역사 가치관의 확립에 관한 재반론이 아닌 것이지요. 뒤의 내용은 역사 해석의 문제에 관한 언급입니다. 즉 반론과 재반론 사이에 내용상 연관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반론을 제기할 때에는 재반론의 근거까지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합니다. 반론의 내용만 슬쩍 끼워두는 식의 논지 전개는 곤란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잘된 글입니다. 특히 결론 부분의 마무리가 좋았습니다.

박병욱(경북외국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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