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프리즘] 학교 수업과 학원 수강

방학 동안 한 군데라도 학원에 더 보내려는 부모와 조금이라도 더 느긋하게 생활하려는 자녀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요즘이다. 자녀를 무조건 몰아붙일 수는 있지만 학습의 생산성은 기대할 수 없다. 학원 수강은 학생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강의가 자기에게 맞는 경우에만 도움이 된다. 유행을 좇듯이 학원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행하는 옷이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멋져 보여도 내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학원도 마찬가지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체계도 세우지 못하고 결국에 가서는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방학이 시작되고 제법 시간이 흘렀다. 자녀들이 다니는 학원에 대한 점검을 해보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빨리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먼저 지금 듣고 있는 수업이 자녀의 수준에 맞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 아이가 이해하기 어렵다면 계속 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학원까지 오가는 거리를 생각해야 한다. 너무 먼 곳을 왕복하게 되면 학원 수강으로 득을 보기보다는 시간 낭비와 피로의 누적으로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학원 수강이 가져다주는 실질적인 도움을 냉정하게 재검토 해 보아야 한다. 별 도움이 안 되는데도 남들이 다니기 때문에 거름지고 장에 가듯이 학원에 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

많은 부모님들이 학원 수강이나 개인지도를 받게 하면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해결되지 않는 과목은 학원에서도 해결되기 어렵다. 학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재학생은 모든 것을 일차적으로 학교에서 다 해결할 수 있고 또 해결해야 한다. 평소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고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께 질문하여 해결하는 습관을 확립해야 한다.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질문을 귀찮게 여기는 선생님은 없다. 대부분 선생님들은 질문하는 학생을 기특하게 생각한다. 교무실 자주 찾아가기를 생활화 해 보자.

많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는 자고 학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보다 어리석은 짓은 없다.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학교 수업이 학원보다 진도가 느리더라도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 개념과 원리를 오래 동안 생각할 수 있다. 개념과 원리를 철저하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문제를 많이 풀어도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가장 느린 방법이 가장 빠른 길임을 알아야 한다. 수업 시간에 충실하지 않고서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학원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맹목적인 학원 수강을 면밀히 검토해 본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다.

윤일현(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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