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휴대폰의 순기능과 역기능

어느 날 수업을 들어가니 한 명이 엎드려 있었다. 요즘 휴대폰으로 고민하는 학생이 많아서 무심코 "너, 어머니께 휴대폰 사 달라다가 꾸중 들었지!"라고 하니 옆 학생이 "선생님! 가만히 두세요. 사는 게 재미없대요", "왜, 사는 게 재미없어!", "선생님은 사는 게 재미있어요?", "재미있지!", "선생님은 어떻게 사는데요!", "선생님은 사는 게 재미있어 죽겠어요?", "재미있게 사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점점 강도를 높이니 수업은 되지 않고 막무가내로 얘기를 하란다. 이렇게 우겨서라도 따분한 수업을 피해보려는 학생들의 심리가 갑자기 측은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술, 커피, 콜라도 못 마시고, 담배도 못 피우고, 피자도 못 먹고, 노래도 못 부르고, 춤도 못 추고, 집에 TV도 없고, 컴퓨터도 못하고, 휴대폰도 없고, 저녁 9시만 되면 잡니다."며 굳이 하나만 더 얘기하라면 "가진 것은 돈밖에 없습니다."라고 했다.

"에이! 선생님! 그렇게 해서 무슨 재미로 살아요?"라면서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무슨 재미로 사는지 대답할 테니 잘 들으세요!" 갑자기 조용해졌다. "선생님은 거짓말하는 재미로 삽니다!"라고 했다. 교실은 오래간만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웃음의 기능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요즘 교실에는 그 웃음의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 많은 원인 중의 하나가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사회 발전에 순기능도 하지만 배우는 학생에게는 역기능도 한다. 특히 지식과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 책을 읽고, 왜 그런지 토론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탐색하고, 도전해야 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휴대폰에 중독되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1년 내내 휴대폰 때문에 학생들과 숨바꼭질을 했다. 쉬는 시간 게임을 하다가 종이 울려도 계속한다. 휴대폰이 손에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학생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휴대폰과 MP3를 수업 시작 전에 교탁 위에 거두어 두었다가 분실하여 33만 원을 배상해 주기도 했다.

담배에 금연구역이 있듯이 학교에서도 휴대폰 금지구역을 만드는 등 휴대폰에 관한 새로운 문화와 교육이 필요하다. 휴대폰의 역기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학부모님, 학생, 이 사회가 모두 알아야 한다. 학부모님에게 얘기를 해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휴대폰이 마약과 같아 정서불안을 일으킨다고 하면 학생들은 그 증거를 말하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고민이 된다고 한다. 지금도 게임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신(神)은 우리 인간에게 하루 똑같이 평등하게 24시간을 주었다. 그 24시간을 갖고 있는 휴대폰이 자신에게 순기능을 하면 자신의 잠재능력을 모두 발휘하지만, 역기능을 하면 발휘하지 못한다."고 간곡히 호소하고 싶다. 2008년에는 휴대폰이 학생들에게 순기능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수(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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