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이주민지원센터 허영철 소장

조국 찾아 내려온 한핏줄 사회 잘 적응케 도와줘야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사회는 여러 가치의 질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맨먼저 순혈주의의 관점에 대한 수정의 요구다. 이미 엄청난 인원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살고, 외국에서 결혼을 위해 들어오는 이민자의 빠른 증가로 한국사회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다민족 사회가 되었다. 더이상 한국이라는 사회가 단일민족 사회라는 말은 우스운 개념이 되었으며, 피부색에 따라 배타적으로 대하고 심지어는 경멸하고 배척하는 슬픈 현실을 시급히 바꿔야 한다.

또 하나는 단일민족을 소중히 여겨온 우리는 북녘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존재에 대해 적대적인 모습으로 60여 년의 세월을 살아왔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도 가족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외국을 떠돌다 다른 민족인 중국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기대로 남한을 찾아온 북한이주민들에게 냉정하게 대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존재한다. 힘든 삶을 뒤로하고 찾아온 이들을 따뜻하게 대하기보다는 '이들이 자신을 숨기고 온 간첩이 아닌지' '우리 먹고살 것도 부족한데?'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우리 삶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인권이다. 내 자신이 익숙하고 편한 가치와 잣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조국을 찾아온 북한이주민을 2류로 대하고 수상하게 여기는 편견에서 벗어나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5천 년 전부터 이땅에서 함께 살아왔던 소중한 우리 민족으로 바라본다면 60여 년간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함경도, 평안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일 뿐이다. 사투리를 쓰는 차이밖에 없다는 정도로 우리가 남한에 온 새터민들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조국의 한쪽을 찾아온 이들에게 남한은 따뜻하게 맞아주는 조국이고, 출신, 지역에 따른 차별이 없고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 여길 것이다. 진정한 화해는 나의 것과 우리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특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만 가능한 것이다.

허영철(북한이주민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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