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노틀담의 꼽추

며칠 전 외래 진료실로 반가운 환자가 방문했다. 30대 초반의 청년이 까만 선글라스와 마스크, 모자와 장갑을 한 채로 나타났다. 10여 년 전 대학 병원에 근무할 때 만났던 전신 화상환자였다. 당시 16세의 고교생이었던 그는 생명이 위독해 몇 번의 심폐 소생술로 겨우 목숨을 유지했고, 그 이후에는 얼굴과 손의 심한 흉터와 그 흉터들의 당김 현상으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다.

친했던 친구들에게 외면당하고, 동네에서는 '괴물' 같아 무섭다고 밖으로 나돌아다니지 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살까지도 생각했던 그였다. 수차례의 얼굴 수술과 손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재건 수술을 했지만, 절대로 이전과 같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퇴원하는 날, 책임 집도의였던 필자에게 그는 면담을 신청했다. 예민한 청소년기의 그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얼굴의 심각한 흉터로 외출도 쉽지 않고, 손으로 혼자서 작업할 수도 없는 상태였던 환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필자는 "새로 만들어 준 손으로 컴퓨터를 열심히 한번 해보지, 인터넷으로는 넓은 세상을 다 만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이제 어엿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게임 개발도 하고 회사의 서버 관리를 하면서 나름대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우리 사회는 미용 성형수술조차 부끄럽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십대들도 부모를 설득해 예뻐지기 위한 수술을 받고 있고,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추세인 것 같다.

그러나 장애나 기형, 혹은 추형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과연 어떤지 묻고 싶다. 얼굴의 작은 흉터 하나로도 성격이 소심해질 수 있고, 손가락 하나의 기형으로 직업이 바뀔 수도 있다. 이는 외면적인 흉터나 작은 기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

한쪽 눈은 찌그러지고 다른 눈은 부어 올라 있고, 납작한 코와 벌어진 입 속에는 치열이 심하게 어긋난 얼굴에다 등은 굽어져 튀어 나와 추악한 외모를 가졌던 '노틀담의 꼽추'도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랑을 위해 자기의 생명을 희생하는 진실한 용기도 가지고 있었다.

우상현(수부외과 세부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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