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방화에 대한 행정당국의 무성의·무기력한 대처 능력 및 방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산불 진화에만 급급할 뿐, 제2, 3의 방화를 막을 화재 원인 규명, 방화범 검거 등에 관해서는 전문성은커녕, 관련 교육조차 전무해 '눈뜬 장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실제 지난해 12월 25일 대구 남구 봉덕3동 앞산 고산골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불이 난 시간이 인적이 뜸한 때였고 발화지점이 등산로에서 멀지 않아 방화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남구청은 '실화'라며 화재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아직 경찰에 수사협조 요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 시너나 휘발유 등 인화물질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지만 산림 방화의 경우 인화물질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소방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경찰도 협조 요청을 받지 못해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4월 28~30일까지 3일 동안 앞산 고산골과 안지랑골 등에서 5차례나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일어났고 12월 25일에도 달성군 가창면 가창댐 북편 오리산에서 방화 가능성이 큰 산불이 난 적이 있는데도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한 형편인 것. 남구청 관계자는 "방화로 볼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실화로 추정하고 있다."며 "5월까지 매주 주말마다 앞산에서 화재 예방 홍보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각 구·군이 산불 원인 규명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부족한 전문성과 안이한 태도 탓이라는 지적이다. 각 구·군은 산림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고, 산림사법경찰관까지 있지만 산불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전문성이 전혀 없기 때문. 산림사법경찰관은 관련 분야 공무원으로, 산림 훼손 감시와 산림 실화, 방화 등에 대해 사법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주로 무단 벌목이나 인화물질 소지, 오물 투기, 불법 취사행위의 행정적인 감시에 치중할 뿐 전문성이 필요한 산불 원인 조사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구·군이 산불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불만 나면 경찰 얼굴만 쳐다본다."며 "구·군에서 방화인지 실화인지조차 구분을 못 하면서도 대충 얼버무리려는 태도도 문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불과 관련한 전문 교육도 없다. 사법경찰관으로 지정되면 검찰청과 산림청, 대구시 등 관련기관에서 1년에 한두 차례 소양 교육을 받지만 행정 절차나 기소 방법 등이 대부분이고 화재원인 규명, 조사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은 찾아보기 힘든 것. 이 때문에 실화의 경우 목격자의 말 등을 토대로 범인을 잡기도 하지만, 방화로 인한 산불에는 대응 능력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늦어지면 화재 원인 조사는 더욱 어렵게 된다. 실제 지난해 4월 말에 잇따라 발생한 앞산 산불의 경우 방화 가능성이 컸지만 남구청은 5일이 지난 후인 5월 초에야 경찰에 수사 협조를 의뢰했고, 발화 지점 인근에서 두 차례나 12일씩 잠복 근무를 했지만 아직 화재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대형 산불의 경우 국립산림과학원에서 화재 원인 조사를 하지만 국지적인 소규모 산불까지 나서지는 않는다."며 "법적으로는 구·군에서 조사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경찰만 바라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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