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사간병도우미 사업 '흐지부지'…복지부 사업규모 축소

간병인 400여명·수혜 장애인 등 원성 목소리

선천성 뇌성마비로 지체장애 2급인 신인수(41) 씨는 올해 병원 생활이 아득하기만 하다. 지난해 하루 8시간씩(주말 제외) 간병을 해주던 도우미들이 올해부터는 한 달에 27시간만 간병을 해 줄 수 있어 수족을 쓸 수 없는 신 씨의 병원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중풍 증상까지 겹쳐 반신 불구가 된 신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한숨만 내쉬고 있다. 신 씨를 간병하는 서명희(55·여) 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영남북부가사·간병센터에서 120시간의 교육을 받고 2일 간병 도우미 자격으로 지난 2일부터 신 씨를 돌보게 됐지만 곧 월 27시간 규정이 적용될 예정이라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간병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 하지만 환자가 없을 경우 이마저 손을 놓아야 해 서 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 중 몇몇은 이미 간병일을 그만 두고 식당으로 일자리를 옮긴 상태다.

올해부터 바뀌는 가사 간병 방문 도우미 사업(간병 도우미 사업)이 수혜를 받는 중증 장애인들은 물론 도우미 역할을 하는 간병사 모두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노인과 중증질환자, 장애인 등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활동이 불편한 이들을 돕고 저소득층(최저 생계비 150% 이하)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시행된 간병 도우미 사업이 보건복지부의 신규 사업들로 인해 규모가 축소되기 때문. 보건복지부는 올해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는 만큼 중복을 피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축소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각 구청마저 간병 도우미 사업 수혜자에 대해선 노인돌보미 사업 등 다른 사업과 중복 지원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워 중증장애인들이 자칫 방치될 위험마저 안고 있다.

지난해 434명에 달했던 대구지역 간병 도우미들의 생계도 막막한 상황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시간의 일자리를 제공해주겠다는 기본 방침만 있을 뿐 이를 적용할 세부 계획이 없는 것. 자활지원센터 등도 도우미들의 일 하는 시간과 일당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원칙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 세부계획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또 간병 도우미 사업은 올 하반기부터 바우처 제도로 성격을 전환, 차상위 계층에 대해선 일정 금액의 요금을 받을 계획이어서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선도 보건복지부 자립지원투자팀장은 "무제한 서비스로 진행됐던 가사 간병 도우미 사업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제도를 수정했을 뿐"이라며 "중증장애인에 대해선 다른 서비스로 바꿀 것을 알렸지만 사실상 홍보가 안돼 장애인들이 이를 모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가사 간병 방문 도우미 사업=2005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사업으로, 최저 생계비 150% 이하의 저소득층에 한해 120시간의 교육을 받게한 뒤, 수급자와 최저 생계비 120%의 저소득층 중 자활이 불가능한 질환자를 대상으로 가사 간병 서비스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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