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신당한 지방 부동산'…수도권에만 맞춘 정책 내놔

'경기는 살리자고 하면서 지방은…'

지방 건설업계에서 차기 정부에 대한 볼멘 목소리가 터져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경기 활성화 방안과 부동산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건설 경기가 가장 침체된 지방 대도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탓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면서 '안정속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란 수도권만을 겨냥한 모호한(?) 대책이 발표된 뒤 '지방 부동산 대책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 수도권만 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밝힌 부동산 세제 개혁의 골자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 ▶거래세 인하 ▶종부세 대상인 고가 주택 기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등 세가지.

그러나 거래세 인하를 빼고는 모두 수도권에만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실제 장기 보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 조치의 경우 실거래가 6억 원 이상 아파트 소유자가 대상인만큼 수혜 폭이 수도권 일부로 제한된다.

최삼태 세무사는 "6억 미만 1가구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한 경우는 현재도 양도세 면제 대상으로 사실상 이번 조치는 지방 대도시와는 무관하다."며 "지방의 거래활성화를 위해서는 집 두채를 소유하더라도 6억 원이 되지 않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종부세 대상 주택 기준 상향도 양도세 경감과 똑같이 수도권 고가 주택 소유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

분양대행사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지방 건설업계는 경제와 부동산을 제대로 아는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지만 현재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을 보면 의문이 든다."며 "집값 안정속의 거래 활성화'는 기본적으로 수도권 시장에 대한 인식에서만 출발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수도권과는 다른 지방 부동산 시장

건설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0만 가구를 넘어서 IMF 시절인 98년도의 10만 2천 가구와 비슷한 수치까지 올라섰다. 2005년 연말 5만 7천 가구이던 미분양이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낸 뒤 2년만에 두배 가까운 수치로 증가한 것.

그러나 현 정부나 차기 정부 모두 미분양 대응에 있어서는 현재까지 미온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수도권 미분양이 적다는 것을 들고 있다.

실제 IMF 시절과 비교하면 전체 미분양 아파트 수는 비슷하지만 수도권 대 지방의 비율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98년 당시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 미분양 1만 9천 가구와 서울 5천500가구, 인천 2천700가구 등으로 2만 7천여 가구에 달했지만 현재는 경기 8천500가구, 서울 900가구, 인천 300가구 등으로 IMF 때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 대도시는 대다수가 증가한 실정.

대구와 경북은 5천700 가구와 7천900가구에서 1만1천 가구와 8천600가구로 부산과 경남은 1만 가구와 8천600가구에서 각각 1만2천가구씩으로 증가했다. 또 광주는 5천500가구에서 7천600가구로 늘었지만 수도권 영향을 받는 대전은 2천600가구에서 2천 여 가구로 줄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IMF 때 정부는 건설 경기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취.등록세 및 양도세 인하, 임대 사업자 활성화 방안 등 대책안을 쏟아냈다."며 "현재도 수도권 미분양이 많다면 비슷한 조치들이 발표됐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앙 정부 관료나 인수위 전문 위원들이 부동산 시장을 보는 시각이 수도권에만 맞춰져 있다보니 정작 심각한 지방 미분양 사태는 가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제력과 인구 등을 감안하면 지방이 느끼는 미분양 아파트의 체감 지수는 IMF 당시 수도권 보다 몇 배나 더할 것"이라며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건설업체는 물론 지방 경제에까지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 맞춤형 대책을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1일 이명박 당선인과 가진 신년인사회에서 지방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안을 건의했다.

내용은 IMF 당시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실시했던 정책들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지방 미분양 주택을 구입에 따른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줄 것과 미분양을 일정 기간(5년) 보유한 다음 매도할 경우 양도세 면제, 대출금 이자의 소득 공제 등의 세제 지원안이 담겨 있다.

또 미분양 아파트 구입시 장기 모기지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확대할 것과 분양가 상한제 철회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건설협회 대구지회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빼고는 IMF 이후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유사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며 "지난해 투기과열 지구 및 투기 지구에서 해제는 됐지만 지방 건설 시장 분위기를 돌리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시행 시기'.

건설업계에서는 차기 정부의 규제책 완화에 어느정도 기대를 걸고 있지만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면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SD건설 금용필 이사는 "수도권은 일부 규제를 한다하더라도 지방 대도시는 하루 빨리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며 "사업 승인만 받은채 분양에 들어가지 못한 가구수를 합치면 대구 지역 미분양이 IMF 때의 3~4배는 넘는다."며 "대책안이 제때 나오지 못한다면 건설사 도산 뿐 아니라 거래 경색에 따른 개인 파산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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