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사람'과'대구·경북 출신', 같은 말 같지만 엄연히 다른 말이다.
대구·경북 출신은 대구·경북이 고향이지만 대개는 서울과 수도권이 삶의 터전인 사람인 반면 대구·경북 사람은 말 그대로 대구·경북에서 태어나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을 말한다. 지역 출신 대통령이 나오고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이런 구분이 시·도민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에 대한 시·도민들의 거부감이 최근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자조 섞인 농담으로 "대구·경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서울 TK(대구·경북 출신)'들이 다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 TK'들이 대구·경북을 대변하는 양 서로 밀어주고 당겨줬고 시·도민들도 수십 년 동안 눈과 귀가 가려 '정치권의 서울 TK판'을 보지 못했다는 것.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 사람을 열망하는 시·도민들의 여론이 정부 구성에서 어떻게 반영됐을까?
역설적이게도 대구·경북에서 선거를 통해 외면당했던 참여정부는 대구·경북 사람을 많이 기용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당시 대구·경북이 정치기반이 아닌데도 대구·경북 사람을 상당수 중용했다. 실제 참여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와 정부 내각의 면면을 보면 권기홍 영남대 교수가 인수위 간사에 이어 노동부장관에 발탁됐고,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청와대 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시민사회수석 등에 기용됐고, 윤덕홍 대구대 총장은 교육 부총리에 전격 발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도 환경부 장관으로 중앙 정계에 진출했고, 이들 외에도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 요직에 상당수 지역 인사들이 배치됐다. 정권 출범 초기 대구·경북에 대한 배려는 한나라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이런 흐름이 이명박 정부에서 이어질 수 있을까. 현실은 우려가 앞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멤버에는 대구·경북 출신이 9명이나 되지만 대구·경북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새 정부가 아직 출범하지 않았고 내각도 아직 구성되지 않아 예단할 수는 없지만 대구·경북 사람이 배제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던져주는 대목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대구·경북이 지난 대선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이란 선물을 이명박 당선인에게 줬지만 그 논공행상에서 혜택을 보는 것은 결국 서울의 대구·경북 출신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지역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시·도민들은 이젠 대구·경북 사람이 대구·경북을 이끌어야 하고 그 첫 잣대이자 출발선으로 한나라당 등 주요 정당의 총선 공천을 주목하고 있다.
시·도민들은 "이젠 한나라당 등의 공천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소위 서울 TK도 중요하지만 대구·경북 사람도 공천에서 중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탁상 이론보다는 대구의 뒷골목과 경북 오지의 속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지역에 더 필요하다는 여론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등이 지역 민심을 반영한 공천을 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다. 신년 초 매일신문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한나라당 지지 속 변화와 탈(脫)특정정당 독주구조 비판에는 이런 기대도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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