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멧밭쥐 해에 거는 기대

금년은 무자년, 쥐의 해다. 60간지 중 쥐의 해는 갑자·병자·무자·경자·임자 등 다섯 가지가 있는데 그중 무자년의 쥐는 '멧밭쥐'에 속한다고 한다. 숲에서 식물이나 곡물·곤충을 먹고사는 멧밭쥐는 성질이 온순해 기르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단다. 쥐띠들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근면·절약 정신과 인내심이 강하다고 한다.

금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뭔가 잘 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대구경북의 경제도 그동안 뿌려놓은 희망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잎이 무성하게 자랄 것 같다. 지난해 말에 550만 대구경북의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바라던 경제자유구역이 선정되어 앞으로 지역 경제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며 또 새 정부가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내건 수많은 공약들에 대한 기대도 매우 높다.

최근 필자는 직장을 대구에서 서울로 옮기게 되었다. 대구 근무 기간이 지난해 4월초부터 12월말까지 약 9개월 정도인데 어느새 대구생활에 익숙해 있었나 보다. 출퇴근 시간이 짧고 생활에도 여유가 있었다. 옮기고 나서 한동안 한 박자 빨리,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 생활의 리듬에 맞추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KTX를 타고 서울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이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이들은 왜 이렇게 바쁘게 어디론가 가고 있는가? 서울은 어디를 가나 많은 사람들이 활기 있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 이것이다. 경제발전의 중심에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수요가 있다. 동시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특히 젊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인력의 공급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시너지 효과도 생긴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사람이 많이 오도록 해야 한다. KTX가 대구경북 사람들이 서울로 부산으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아니라 서울 부산의 사람들을 대구경북으로 빨아들이는 통로로 활용해야 한다. 대구경북에 사람들이 와서 살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가령 경북대의 모발이식센터는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머리카락이 빠져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분들이 대구에 와서 모발이식을 하고 며칠간 머무는 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시스템을 만들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면? 수성구의 입시학원들은 전국적인 수준이라고 들었다. 방학을 이용하여 전국의 학생들을 불러모아 쾌적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면? 경북의 경우에도 지역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좋은 방안이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 예천에서 성공적으로 실시한 곤충박람회도 좋은 사례다.

한편 지역 내에 한정된 일거리를 놓고 다투기보다 시야를 넓혀 바깥쪽을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지역의 건설업계는 미분양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개발이나 거래에 대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부동산 경기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바이가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이용하여 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만 두바이보다 훨씬 많은 오일달러를 가진 아부다비가 국가개조를 위하여 엄청난 건설투자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아부다비투자청에서 운용하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최근 서브프라임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씨티그룹에 75억 달러를 제공하고 4.9%의 지분을 취득하여 동 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서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재원을 가진 아부다비가 국가개조를 위하여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으며 다행스럽게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대규모 건설업체들이 두바이의 건설사업참여로 아부다비에 추가 참여할 여력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중견 건설업체에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복잡다기한 현지사정을 이해하면서 발주처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능력을 갖추고 노력을 하는 기업에게는 분명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쥐는 영악함과 부지런함을 의미하고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쥐의 해를 맞이하여 쥐처럼 영악하게 목표를 정하고 목표가 정해지면 쥐처럼 부지런히 노력하고 성장 발전하자.

이강세 여신금융협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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