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차된 車에 세금이 나온다면?"

대구만 대행업체 20곳…원소유주 피해

#1999년 충북70가 ×××× 그레이스 승합차를 폐차시킨 A씨(44)는 최근 몇 장의 고지서를 받고 크게 당황했다. 폐차시킨 차량이 '아직 운행 중'이라며 지금까지 밀린 자동차세, 각종 검사비용이 집으로 날아든 것. A씨는 "당시 한 레커업체에 폐차처리를 맡긴 뒤 경제적인 문제로 전국을 전전하다 최근 대구에 집을 마련했는데 난데없이 고지서가 발부됐다."며 "4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2002년 자신의 쏘나타 차량을 한 폐차대행업체에 폐차의뢰한 B씨(41)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폐차되지 않고 차량 부품만 팔려나간 채 방치돼 있다 최근 각종 고지서가 발부된 것. B씨는 당시 의뢰업체에 연락했으나 연락이 두절돼 결국 고스란히 세금을 물게 됐다.

대구에 불·탈법을 일삼는 '폐차대행업체'가 난립하면서 원소유주가 세금 폭탄을 맞는 등 애꿎은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일부 대행업체는 폐차를 않고 대포차로 팔거나, 부품만 뺀 채 방치하고, 심지어 불법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자동차폐차업협회 대구경북지부(폐차업협회 대경지부)에 따르면 최근 대구에 20곳이 넘는 폐차대행업체가 난립하면서 길거리에서 차량을 이용한 불법 광고까지 일삼고 있다. 이들은 '체납', '가압류 및 압류', '소재불명', '대포차' 등을 써붙이고 법적으로 폐차가 어려운 차들까지 '폐차 가능'한 것처럼 속여 다시 거리로 내보낸다는 것. 이 때문에 이들 차량이 언제든 범죄에 이용될 수 있지만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실제 취재진이 한 폐차대행업체에 "세금이 많이 밀려 가압류가 된 차를 폐차할 수 있느냐?"고 문의한 결과 "폐차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차를 폐차장으로 갖다 주겠다고 했더니 '교통비를 주지 않으니 직접 가지러 가겠다.'며 대행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폐차업협회 대경지부에 따르면 폐차대행업체를 이용한 뒤에도 폐차되지 않아 월 평균 10여 건가량의 민원이 생기고 있다는 것.

하지만 문제는 자동차관리법상 이들 폐차대행업체의 영업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는 것. 법상 '폐차'는 자동차의 장치를 압축·파쇄·절단하는 행위로, '자동차폐차업'은 등록만으로 영업할 수 있어 얼마든지 대행이 가능하다.

이에 대경지부는 '폐차대행업'을 '폐차장을 갖춘 업체'만 가능하도록 법률정비를 요구하는 한편 폐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겐 등록된 폐차장(대구 12곳, 경북 45곳)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배형식 폐차업협회 대경지부 관리부장은 "'자동차등록증', '신분증'만 있으면 무료 견인서비스를 통해 폐차장에서 차량말소등록까지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일부 폐차대행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소비자들이 폐차장에서 받을 수 있는 고철값까지 챙기고 있는 등 말썽이 많은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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