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의식잃은 아빠 간호 이지원양

아빠가 병원비 없이 치료 못받을까 겁나요

이지원(18) 양이 신부전증으로 쓰러져 경북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빠를 간호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지원(18) 양이 신부전증으로 쓰러져 경북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빠를 간호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카르륵, 카르륵"

15일 오전 11시, 경북대병원 응급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이영욱(47) 씨는 끓어오르는 가래 사이로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숨이 가쁠 때마다 눈꺼풀과 미간이 파르르 떨렸다. 1주일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그의 곁에는 딸 지원(가명·18) 양이 있었다. 지원이는 쉴새없이 아빠의 가래를 빼내고 뻣뻣해진 팔다리를 주물렀다. 동생 수민(가명·13)이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누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이들 남매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가끔 멍한 눈을 뜨는 아빠를 보며 작은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남매는 알고 있었다. 아빠가 곧 자신들의 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지원이는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엄마 없이 보낸 15년 세월 동안 지원이는 감정을 숨기는 법을 누구보다 잘 터득했다. 울면 안 된다는 것, 약해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지원이는 이를 태생적으로 터득한 것만 같았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멈춰버린 것은 지난 7일 오후 11시였다. 평소처럼 수민이의 잠자리를 봐 준 후 잠을 청한 아빠는 밤사이 의식을 잃었다. 다음날 오전 8시. 거친 숨소리를 내는 아빠를 발견한 지원이는 구급차를 불러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아빠의 뇌기능과 간기능은 멈춰 버린 상태였다. 병원에선 혈당과 간수치에 심한 이상이 생겼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빠가 왜 한순간에 의식을 잃었는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이 흘렀지만 남매는 아직 아빠의 병명을 알지 못한다. "1년만 기다리면 아빠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줄 수 있었는데, 힘들게 공사장 막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 지원이는 아빠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힘겹게 풀어냈다.

아빠는 오래 전부터 신부전증을 앓아 건강이 좋지 못했다. 공사장 막노동만이 가족의 유일한 생계였다. 아빠를 돕기 위해 야간고등학교를 진학한 지원이는 그 후 부단히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 지원이가 받는 월급 40만 원은 가족의 생활비였다. 지원이는 중학교 때부터 학교 급식 때 남은 반찬을 싸오기 시작했다. 배곯는 동생과 칠순의 할머니가 눈에 밟혀 해 온 일이었다. 반찬이 모자라 담아오지 못할 때도 있었다. 중학교 3년간 급식 반찬을 집으로 싸와야 했던 지원이에게 유일한 희망은 아빠뿐이었다. 몸이 좋지 못한 할머니와 집나간 엄마, 어린 남동생. 아빠의 어깨에 놓인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학업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야간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반에서 1, 2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지원이는 재활 치료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픈 사람들이 새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곁에서 돕고 싶어했다. "아빠도 더이상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지원이는 힘들게 감정을 추슬렀다. 울지 않으려 애쓰는 지원이의 눈가가 뻘게졌다. "굶어도 되는데, 학비는 없어도 되는데, 병원비 없어서 아빠 치료 못 할까봐 겁이 나요." 지원이는 끝내 흐느껴 울었다. 작은 어깨가 심하게 들썩였다. 저희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주)매일신문사입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뇌수두증 서영 양 돕기 성금 1108만원 답지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15일 병든 조부모와 두 동생 지수(17·여)·동민(10)이를 돌보는 소녀가장 지민(18·본지 2일자 10면 보도) 양에게 1천50만 8천620원의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여기에는 정약국에서 보내주신 50만 원의 성금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건네 받은 지민 양은 "이젠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병원비 걱정없이 치료를 받게 됐다."며 연방 감사함을 전해왔습니다. 또 지민 양은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동생들 잘 돌보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알려왔습니다.

한편 뇌수두증을 앓고 있는 딸 서영(15) 양과 엄마 송은미(39·본지 9일자 10면 보도) 씨에게 18개 단체, 82명의 독자분께서 1천108만 5천900원의 성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문시장 동산상가 130만 원 ▷제일안과병원 100만 원 ▷정약국 50만 원 ▷하이트맥주㈜ 대구지점 50만 원 ▷㈜태원전기 50만 원 ▷선산컨트리클럽 30만 원 ▷국제전기㈜ 30만 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 원 ▷㈜대화전력 20만 원 ▷경신교육재단 20만 원 ▷한영한마음아동병원 20만 원 ▷신행건설 20만 원 ▷한라효흥장학문화재단 10만 원 ▷황형기내과의원 10만 원 ▷수흥섬유㈜ 10만 원 ▷세광한의원 10만 원 ▷경동치과 5만 원 ▷김영준치과의원 5만 원

▷오상민 100만 원 ▷서봉수·이신덕 50만 원 ▷정유환 30만 원 ▷한수일 이현탁 각 20만 원 ▷성호상 15만 원 ▷김윤여 경신회 손병욱 정승열 김진숙 최창규 각 10만 원 ▷윤용의 7만 원 ▷전홍영 김시익 김민철 도창렬 박승호 안영호 노광자 노재영 오장환 이진홍 각 5만 원 ▷김정욱 4만 원 ▷구회덕 신광련 구본섭 장재욱 박금옥 이해수 성춘택 김태욱 이인순 전소은 각 3만 원 ▷이미정 2만 8천 원 ▷권윤기 박수정 배선진 성영식 이현목 방순옥 김홍대 이정선 김창련 이용도 박수영 조태희 전성태·문보영 각 2만 원 ▷한주옥 김명훈 최태호 김현정 김영희 오한기 김수일 김정만 남복현 박태용 김영희 최문수 홍양표 구은지 김영훈 안성근 민진희 박혜성 이상숙 진수진 진희진 진희진 이소석 김경숙 유창식 김종구 각 1만 원 ▷김은영 5천 원

또 '무기명'이라는 이름으로 한 분이 20만 원, '정과덕'이라는 이름으로 한 분이 11만 2천900원, '무명', '486'이라는 이름으로 두 분이 각 10만 원, '이웃사랑', '다마소'라는 이름으로 두 분이 각 5만 원, '힘내세요'라는 이름으로 한 분이 1만 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저희 '이웃사랑'에 관심과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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