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자녀 동반 연수'에다 '출장비 봉사'라니

지난달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 오염사고가 났다. 전체 공무원의 10% 이상을 기름 제거 봉사활동에 참가시키라는 행정자치부 지침이 전달됐다. 대구 중구청'남구청'달서구청 공무원들은 휴가를 내고 자비를 들여 현장에 다녀왔다. 그러나 대구시청'동구청'북구청'달성군청 등에선 이를 공무 출장으로 처리해 하루 3만 원, 1박 2일 9만 원씩의 출장비가 지급됐다. 개중에는 현지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출해 5만 원 안팎의 소득공제까지 적용받는 참가자도 있었다고 한다. 출장이면 출장이지 무슨 터무니없는 봉사활동 공제이며, 봉사면 봉사지 출장은 또 무슨 소리인지 놀랍기 그지없다.

최근에는 대구시의원 10여 명이 10박 11일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다녀왔다. 혈세 낭비라는 비아냥거림을 숱하게도 들어 온 외유성 프로그램임을 증명하듯 일정에는 관광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정도조차 약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참가 시의원 중 4명은 어린 자녀들까지 동반한 것이다. 기가 막힌다. 공사 구분 의식의 상실이 이 지경에 이르렀나 싶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공인'공직자들의 이런 무감각은 사회 하부계층의 범죄보다 사회에 더 위협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몸이 떨릴 정도이다.

경제만 좋아진다고 이 나라가 발전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기반의 발전이 없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건 불안정한 후진적 사회일 뿐이다. 게다가 이런 발전 없이는 경제적 발전마저 계속 가능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이제 끊어야 한다. 우리 사회도 이제 그 정도는 극복해 내야 하고 할 수 있는 때가 왔다고 믿는다. 이번에 구체적 사안이 불거진 김에 고치자. 그래서 우리 자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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