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정원 改革 고삐 바짝 당길 때다

방북 대화록 유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만복 국정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눈총이 따갑다. 정권교체기를 한 달여 앞두고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이 중대한 과오로 물러난 것은 국정원의 기강이 얼마나 한심하게 무너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국정원은 어느 국가기관보다 기강이 바로 서야하고 기밀을 목숨처럼 다뤄야 할 기관이다. 그 기관의 수장이 아무 거리낌없이 기밀을 외부에 알리는 등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국가기밀은 오로지 국익을 위해 관리되고 이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프간 피랍사태 등 그간 김 국정원장의 행적을 보면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국가기밀과 조직을 이용하려 한 흔적이 농후하다. 공사 구분도 못 하는 이런 인사가 어떻게 수장에 올라 남북정상회담 등 국가대사를 최일선에서 수행할 수 있었는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최고 책임자가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는 마당에 과연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현재는 물론 앞으로 건강하게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간 국정원은 업무 특성 때문인지 정치공작'사찰 등 어두운 이미지로 국민에게 각인됐다. 실제 그 같은 일이 벌어졌고 그런 이유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적 쇄신 등 국정원 개혁을 강조하고 실제 진행해 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정원은 아직까지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추된 국정원의 명예를 되찾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국정원 스스로 환골탈태의 자세로 개혁의 고삐를 더욱 당겨야 한다. 정치권도 내 사람이라는 이유로 흠이 있거나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요직에 앉혀 조직 기능과 결속을 와해시키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이 신뢰할 만한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데 이번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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