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 물갈이'설(說)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가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나섰다가는 기득권 유지의도로 비쳐질 수 있기에 입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의 한 초선 의원은 영남권 물갈이론, 특히 대구·경북 현역 의원 절반 이상 교체설이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만약 물갈이가 현실화될 경우, 대구·경북의 정치력이 상실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 중진들이 모두 물갈이되고 18대 국회에서 지역 정치권에 초·재선만 있다면 어떻게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 대구·경북은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아낼 수 있는 정치력이 시급하지, 물갈이가 우선시될 상황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또 다른 한 의원은 "16·17대 총선에서 대구·경북은 이미 평균 35% 물갈이가 됐다. 이 이상 물갈이를 하는 것은 무리다."며 "정권교체의 1등 공신 지역이 매번 물갈이 대상 1호 지역으로 지적되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대선에서 패배한 뒤 10년 동안 '보수꼴통'이란 비난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한나라당을 위해 묵묵히 일해 왔다."며 "대구·경북 물갈이는 인책론과 쇄신론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지역에서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중진의원들에 대한 물갈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분위기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당선인 측에 섰던 한 중진 의원은 "중진들이 잘못한 게 있다면 10년간 야당 생활을 하면서 한나라당 정권 교체를 위해 텃밭을 가꾼 것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지역 의원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머리와 마음 속에서만 맴돌고 있다. 물갈이에 대한 비판이 자칫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변명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심위가 구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설'에 불과한 것들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가벼워 보일 수 있고, 이 당선인과 당 지도부가 '공정한 공천'을 약속한 만큼 대놓고 비판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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