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이 선거 공약으로 내건 연 7% 경제성장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인수위는 고유가 등 대외 여건의 악화를 감안하여 올해 성장목표를 6%로 하향조정하였다고 한다. 어쨌든 경제성장이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가 원하는 성장은 대다수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을 가져오는 성장이다. 이러한 성장은 개인의 삶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거의 예외 없이 더 많은 기회, 다양성에 대한 관용, 사회적 신분 상승 가능성 증대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등 사회·정치·문화 나아가서는 개인의 도덕적 성격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배양하는 최상의 토양이다.
미국에서는 2차 대전 후 60년대 전반까지의 활발한 경제 성장이 토대가 되어 케네디 대통령 이래 흑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고 빈곤층 대상 복지 프로그램이 확대되었으며, 소수자의 가치관 존중 등 다양성에 대한 관용이 확산되었다.
반면, 1970년대 들어 지속된 경제침체의 영향으로 1980년대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들의 흑인에 대한 대학입학 할당제 폐지 등 소수자에 대한 배려 축소, 이민에 대한 반감 증가 등 그동안의 정치·사회·문화적 발전을 되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70년대 이후 외환위기 전까지 연 7%를 넘는 성장을 통해 1960년 50세에 불과하던 기대수명이 1980년 65.7세, 2000년 76세로 늘어나는 등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크게 향상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성장의 토대 위에 정치 민주화에 성공하였고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배려 등 다양성에 대한 관용, 사회적 신분상승 기회 제공 등 바람직한 정치·사회·문화적 발전을 이룩해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후에는 경제성장이 연 4% 수준으로 크게 둔화된 가운데 일자리 창출도 연 30만 개 이하로 줄어든 결과, 청년층 경제활동 인구가 2004년부터 4년 연속 감소하였으며,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이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층은 취업 걱정, 장년층은 실직 걱정에 시달리는 고달픈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연 6%에 달하던 1인당 소득 증가율이 외환위기 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경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으로써 서민·중산층은 성장의 혜택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둔화가 지속된다면 향후 정치·사회·문화 발전도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와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으로 확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 40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경제 성장이 연 6%대로 상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현재의 4% 후반에서 6%대로 끌어올리는 것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만약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성장률은 당장 올라갈 수 있지만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아지면 큰 후유증을 겪게 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여러 번 경험한 사실이다.
잠재성장력을 확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인기 있는 정책은 아니다. 미국이 90년대 중반부터 '신경제' 호황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 혁신이 이루어진 데 기인한다.
그러나 80년대에 이루어진 광범위한 규제완화로 경제시스템의 효율이 높아지고 또한 90년대 초 클린턴 대통령의 강력한 재정 적자 감축 추진으로 미래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어 장기 금리 하락이 이루어진 것도 90년대 경제 호황의 큰 요인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저소득층 교육 기회 확대 프로그램 등 민주당의 야심 찬 정책을 선거 공약으로 하였으나 당선 후 재정 적자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정지출 프로그램을 대폭 삭감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명박 정부도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번영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규제완화와 교육 개혁,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해 잠재성장력 확충을 꾸준하게 추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전홍택(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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