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운하 해외에서 배운다] ③일본 오사카

아지가와강변 화물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화물선 옆으로 유람선
아지가와강변 화물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화물선 옆으로 유람선 '산타 마리아' 호(오른쪽)가 지나가고 있다.

"새해 연휴를 맞아 모처럼 가족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오사카 시내를 흐르는 여러 강들은 도시의 상징이자 오사카시민의 자랑거리죠."

지난 6일 일본 오사카 중심부를 운항하는 수상버스 '아쿠아라이너(Aqualiner)'에서 만난 시민 후지무라(44) 씨는 "오사카는 강을 이용한 상공업으로 성장한 도시이지만 요즘은 아름다운 경관을 보려는 관광객들도 많다."라며 "만발한 벚꽃이 강물에 비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라고 자랑했다.

그의 말대로 물길은 현대에 들어오면서 물동량 수송·용수 제공 등의 기본적 기능을 벗어나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문화관광산업 촉진이며 일본의 경우 오사카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일본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오사카에는 국토교통성 직할하천인 요도강(淀川), 야마토강(大和川)을 비롯해 모두 33개의 하천(총 연장 146.3㎞)이 흐른다. 또 전체 도시면적의 11% 이상을 차지하는 하천들에는 800개가 넘는 다리가 촘촘히 건설돼 있어 '다리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이 가운데 오사카시가 최근 중점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곳은 시 남쪽 번화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톤보리강(道頓堀川·2.7㎞). 이름 그대로 1612~1615년 야스이 도톤(安井道頓)이라는 상인이 사재를 털어 판 이 운하는 당초 오사카성 외곽 해자(垓子)의 수질정화가 주요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각종 상점과 식당들의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오사카의 관광명소가 됐다.

오사카시에 따르면 도톤보리강 수변정비사업은 지난 1995년 시작됐다. 1999년부터 구간별로 강변산책로(River Walk)를 조성 중이고 2000년에는 기즈강(木津川), 도사보리강(土佐堀川)과 만나는 양쪽 끝지점에 수문을 완공했다. 수문은 홍수나 밀물 때 수위 상승을 억제하고,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해 배를 통과시키는 갑문 역할을 한다. 또 연결된 강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막고 물을 환류시켜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도톤보리강 정비사업은 오사카부·오사카시·오사카상공회의소·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물의 도시, 오사카재생구상(水の都, 大阪再生構想)'과 연계돼 있다. 2001년 결정된 이 프로젝트는 지역별 특성을 살린 활기 있는 마을 만들기, 관광집객 잠재력 향상 등이 목표다.

오사카시 건설국 소메타니 나오타카(43) 하천계장은 "오사카시의 하천정책은 치수와 관광·환경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지속적 관리로 번화가를 흐르는 도톤보리강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살고, 연평균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도 3㎎/ℓ 이하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은 거리의 뒷골목이란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자연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일본 3대 축제의 하나로 오사카 강 위에서 펼쳐지는 텐진마즈리(天神祭)도 국제적 행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사카시에는 아쿠아라이너를 비롯해 도톤보리운하 유람선, 오사카항을 주유하는 '산타 마리아'호 등 다양한 수상관광이 발달해 있다. 색다른 특징은 1932년부터 시가 무료로 운영하는 도선(渡船). 다채로운 위락시설이 바닷가 주변에 들어서 있는 텐포잔(天保山) 등 모두 8곳의 선착장을 5~18t크기의 배 15척이 오가는데 연중무휴로 15~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오사카시 건설국 도선사무소 시마다 시게루(58) 주임은 "강과 강을 잇는 다리를 놓을 경우 예산이 많이 필요한데다 큰 배가 다닐 정도로 교각을 높게 만들면 보행자들이 불편할 것"이라며 "텐포잔선착장에서 강 건너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사쿠라지마(櫻島)로 가려면 도선은 3분이면 충분한데 지하철은 20분이 넘게 걸려 연간 2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도로교통이 발달하면서 물길의 이용은 쇠락했다. 오사카의 경우 전국시대에는 15개의 운하가 있었을 정도로 주운(舟運)이 활발해 '천하의 부엌'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물길의 물류운송 역할은 이제 큰 배가 다니는 강의 하구에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오사카는 지난해 부산, 중국 상하이 등과 공동으로 국제 크루즈선을 공동유치키로 하는 등 풍부한 물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 관광중심지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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