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循吏(순리)

公儀休(공의휴)는 중국 춘추시대 때 노나라의 박사로 뛰어난 학문과 올바른 처세로 재상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철저한 준법 정신과 이치를 따르는 일 처리로 모든 관리들의 모범이 됐다고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그의 일화를 보면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이 공의휴에게 생선을 보냈는데 그는 받지 않았다. 재상께서 생선을 좋아한다기에 그 빈객이 생선을 보냈는데 왜 받지 않느냐고 주변에서 물었다. 이에 공의휴는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았소. 지금 내가 높은 벼슬에 있으니 스스로 생선을 사 먹을 수 있는 능력이 되오. 그런데 지금 생선을 받고 벼슬에서 쫓겨난다면 누가 다시 나에게 생선을 보내 주겠소"라고 답했다고 한다.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으로서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구분해 지킨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관리를 일컬어 좇을 순(循)자를 써 循吏(순리)라고 했다. 법을 근본으로 삼아 자기 직분을 다하며 나라를 다스리는 관리를 일컫는 말이다. 淸官(청관)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청렴하고 법 적용에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으며 힘없는 백성을 보호하고 간악한 행위는 반드시 응징했다. 공직자가 어떻게 법을 지키고 처세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안위가 좌우된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최근 참여정부의 두 고위급 인사가 화제다. 김장수 국방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꼿꼿 장수' '굽신 만복'이라는 패러디까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물 중 유일하게 유임설이 나돌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본인의 의중을 떠보았으나 "나는 참여정부 사람"이라며 마다했다고 한다. 반면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김 국정원장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물론 그가 자리에 연연해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순리의 전형은 아닌 듯싶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신분은 보장하되 자리는 줄이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정부조직 개편안도 확정돼 공무원 7천 명을 감축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자리 때문에 가슴 졸이고 있을 공직자들은 농부에 해가 될까봐 자기 집 텃밭에 난 맛있는 채소를 몽땅 뽑아버린 공의휴의 마음가짐이라도 한번 되새겨봄이 어떨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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