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이정의 독서일기]과학으로 세상보기 / 양형진

"우주의 모든것은 서로 협력.의존하고 있다"

과학사는 질문과 답의 역사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질문의 수준이 그 시대 인간 의식의 수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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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시절에는 천동설이, 그 후 인간이 우주의 일부분이라고 인식하게 되었을 때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세상을 움직이는 역학의 원리에 호기심을 품었을 때는 뉴턴의 물리학이, 절대적 인식과 상대적 인식에 대한 차이에 눈이 떠졌을 때는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이, 눈에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은 영역의 강한 상관관계에 천착하게 되었을 때는 양자역학이 나왔다.

새로운 이론은 언제나 기존의 이론을 부수며 등장했다. 인간의 세계관은 과학의 이론과 함께 변해 왔다. 아무리 확고한 믿음도 지나고 보면 오류임이 속속 드러났다.

논리와 이해력만으로 파악되었던 과학은 이제 인간의 감정과 의지까지도 우주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걸 밝혀내고 있다.

이 책도 다양한 질문으로 되어 있다. 노인은 왜 소년이 될 수 없을까? 벽을 투과하는 것은 왜 불가능할까? 하늘은 정말 푸를까? 너 없이는 나도 없는 걸까? 간단한 물리적 이치로 설명될 수 있는 질문도 있지만 인간과 우주의 순환적 진리와 인간 인식의 한계를 겸허하게 인정해야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그것은 물리학도 이제 우리를 떠받치는 확고한 기반이 못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고 보면 아주 작은 사실 하나조차도 우주 전체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가 숨쉬는 산소는 40억 년이라는 지구의 장구한 생명의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고, 우리가 먹는 과일 하나도 태양의 핵융합과 지구 위의 식물이 광합성을 한 일련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세포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의 몸을 이루듯 이 우주의 모든 것은 상호 협력하고 의존하고 있는 '하나'임을 알겠다. 예컨대 '전체로서의 총체성과 개체로서의 개별성이 개개의 사물에 다 들어와 있고, 내 안에도 전체 생명 내지는 사회와 문명의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는 말이다.

과학이라면 복잡하고 딱딱할 것 같지만 이 책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숫자와 논리의 과학이 이토록 깊고 풍성한 관계론적 이치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불교의 화엄 사상과 중도 사상이 복잡한 현상세계와 인간의 가치세계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해 놓아 종종 시야가 가지런히 정돈되기도 한다.

오늘날 문명을 리드하고 있는 과학이 엄청난 편리와 효율을 우리에게 제공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문명은 양날의 칼이었다. 물질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려놓은 반면에 인간의 가치는 형편없이 저하시켜 버렸다. 인간성의 황폐화는 물론 지구 생태계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저자도 이렇게 말한다. "과학이 이해한 세계의 구조가 연관과 의존, 협력과 공생이라면, 자연의 소리에 우리는 좀더 겸허하게 귀기울여야 하고, 과학의 성과를 인류의 정신과 문명의 고양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그렇다. 만약 지금이라도 우리가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야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물질세계와 마음세계의 균형 잡힌 통합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bipas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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