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 공간 어때요?]음악

누구나 노래하고, 누구나 연주하는 곳

◇ 무대가 있는 카페

엔틱 카페 '아르정 탱'은 차와 식사를 파는 곳이며 문화공간이다. 작지만 무대가 있고, 피아노와 통기타, 연주자를 위한 의자가 준비돼 있다. 무대가 있지만 전속 가수나 연주자는 없다. 손님 누구나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외식하며 어린 딸의 피아노 솜씨를 자랑하고, 통기타를 들고 온 손님이 근사한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손님이 열창하고, 음대 근처엔 가본 적이 없지만 음악이 좋아 홀로 연주하고 노래해온 70 노신사도 무대에 오른다. 음악을 사랑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발표회를 열기도 한다. 별 생각 없이 카페를 찾았다가, 다른 손님의 노래를 듣고 용기를 내 무대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자기 악기를 가져와 연주하는 손님도 많고, 이곳의 피아노와 통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다.

매달 이곳에서 음악모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클래식 감상팀, 가곡 동호회, 통기타 모임이 한 달에 한번씩 이 무대에 올라 솜씨를 자랑한다. 요델 클럽 '알핀 로제'는 우리가 좀처럼 접하기 힘든 요들송을 들려준다. 일주일에 2, 3번쯤 들러 기타 치고 노래하는 청년도 있고, 한 달에 한두 번 무거운 첼로를 들고 와서 아름답고 은은한 선율을 카페에 풀어놓는 전도사도 있다.

'아르정 탱' 무대는 열려 있다. 음악을 전공했거나 않거나, 실력이 수준급이거나 아니거나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다. 가족음악회든, 친목 음악회든, 개인 음악회든 원하는 사람은 전화로 예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제약이 있다.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무대에 오른 이상 최선을 다해야 하며,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혼자만의 무대가 아니라 관객이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장난처럼, 하다가 말거나, 웃어버리거나, 무대를 차지하고 여러 곡을 불러서는 안 된다. 작은 무대이지만 연습무대가 아니고, 개인을 위한 무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부류의 관객이 함께 듣고, 엔틱 카페인만큼 가곡이나 클래식처럼 다소 조용한 노래와 연주가 어울릴 듯 했다.

30년 동안 요들송을 불러온 이정후씨는 "관객이 수백 명인 여러 종류의 무대에 서봤지만 이런 무대가 참 힘들다. 가까운 자리는 관객과 거리가 1m, 먼 자리래야 10m가 되지 않는다. 작은 공간이어서 편하지만 어려운 공간이다. 작은 무대라 격의 없지만 더욱 예의를 지켜야 하는 공간이다." 라고 했다.

'아르정 탱'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낯모르는 사람의 노래를 듣고, 화답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만남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10번 정도 '사랑방 음악회'가 자연스럽게 열린다. 그러나 음악회가 언제 열리는지는 카페 주인도 모른다.

"카페에 들릴 때마다 연주하시는 손님이 어떤 날엔 차만 마시고 가는 경우도 있고, 일주일에 서너 번 찾아오시던 손님이 한 번도 안 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음악회 언제 열리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난감해요." 카페를 운영자 정미자씨의 설명이다.

엔틱 카페 '아르정 탱'은 2002년에 문을 열었는데 노래하기에 알맞은 구조다. 골목 안쪽에 카페가 자리잡고 있어 자동차 소음이 없다. 또 옛날에는 이 공간이 방앗간이었다는 풍문이 들릴 만큼 천장이 높다. 이 높은 천장은 악기의 울림통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울림이 좋고 소리가 멀리 뻗어간다. 지붕 외벽이 철판으로 돼 있어 비 내리는 날에 빗방울소리 듣기에도 좋다. 잊어서는 안될 것 하나, 이곳은 금연카페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엔틱 카페 '아르정 탱'

△50석을 갖춘 카페로 식사로 수제비와 치킨 라이스, 차(茶) 종류와 맥주, 칵테일을 판매한다. 수성못 오거리에서 수성못 방향 50m 지점 오른쪽 골목에 위치. 영업시간/평일-낮 11시∼밤 12시, 일요일-저녁 6시∼밤 11시.

△문의)053)762-2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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