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 공간 어때요?]문학

작은 도서관에서 전하는 풍성한 문학 세상

'작가콜로퀴엄 문학도서관'

문학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말하듯 이 도서관은 '문학과 예술'이 중심인 공간이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2동 동사무소 2층, 예비군 동대 사무실 옆에 자리잡고 있다. 60평 크기에 40개 열람석과 이용을 도와주는 사서 한 사람, 30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강의실이 전부인 작은 도서관이다. 보유한 책 1만 8천 권은 문학이 주류이고, 미술, 음악 서적이 그 다음이다. 도서관치고는 책이 적은 편이고 종류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 작은 도서관이 진한 '문학의 향기'를 뿜어낸다.

이 도서관은 시민이 시민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사)비영리 민간단체로 시인, 평론가, 교수, 관심있는 시민들이 창립주역이다. 박재열 교수(경북대 영어교육과)연구실에 모여 문학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우리끼리만 말고,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학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1999년 3월 문을 열었다. 99년 당시 수성구 범어동 2층 건물에서 출발, 2000년 지금의 자리로 옮아왔다. 교통이 더 편리한 시내중심지로 옮길 생각이었지만 대구시 수성구청이 무료로 동사무소 2층 공간을 내주며 붙들었다. '도서관이 수성구를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이유에서였다.

문학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수험생이 아니라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다. 어머니와 아이뿐만 아니라 아버지까지, 온가족이 동참한다. 물론 열람실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시험준비중인 사람들도 간혹 앉아 있다.

'문학 도서관'은 지금까지 무료강의 100여 회, 유료강의 200여 회 열었다. 강의 주제는 문학, 미술, 미학, 정신분석학, 영화 등이었다. 전국의 전문가를 초청했고 유·무료 가릴 것 없이 강좌마다 수강생들로 가득 찼다. 또 작가대학을 열어 시와 산문을 가르쳤고 많은 시인이 배출되기도 했다. 특강과 작가대학에는 대구뿐만 아니라 전주, 광주,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수강생들이 모였다. 그 열기는 4천명이 넘는 회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료강좌는 도서관 강의실을 이용했고, 유료강좌는 교보문고, 미르치과의 강의실을 썼다.

무료강의 중심에서 유료강의로 바꾼 것은 수강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비싼 수강료는 아니었다. (강좌별 10회∼12회에 10만원 안팎). 도서관의 뜻에 공감했기에 전국에서 초빙된 강사들은 교통비 정도에 불과한 강사료에도 기꺼이 강의를 맡아 주었다. 김화영, 김종권, 노성두, 박재열, 이죽내, 이동순, 김미정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섰다. 2005년엔 제롬 로던버그와 잭 로고씨 등 미국 시인을 초청해 한국시인들과 콜로퀴움을 열기도 했다. 올해 2월부터는 '현대사상과 그 담론들'이라는 주제로 강좌가 열릴 예정이다.

문학도서관에는 강좌수강이 아니라 책을 읽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 책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한 권 한 권 꼼꼼하게 골랐기에 좋은 책들이 많다. 정년 퇴임한 할아버지는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아 종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만 읽었다. 도서관 취지에 공감해 곗돈 탄 돈 200만원을 책값으로 내놓은 회원도 있다. '문학도서관이 있어서 지산동을 떠나기 싫다.'는 사람도 있고, 여름휴가 때마다 가족이 도서관에서 이틀을 보낸 다음 여행을 떠나는 가족회원도 있다.

'문학도서관'의 주요성격은 고급문학강좌, 작가대학개설, 문학·예술서적 대여다. 우리나라 대부분 도서관이 열람실 중심, 소소한 예능·기능강의, 행사중심으로 진행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이 도서관의 운영방침 중에는 '동네 책 대여점 생계 방해하지 말자, 문학도서관이 문학을 주눅들게 하지는 말자.'는 다소 뜬금없는 내용이 있다. 출판시장이 활성화 돼야 좋은 책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도서관측은 이용자가 책을 사달라고 해도 모두 사다놓지 않는다. 권장도서 정도는 '직접 사서 보시라.'고 권한다.

동사무소 2층에 자리잡은 '문학도서관'은 슬리퍼 신고 티셔츠 차림으로 찾아갈 수 있는 작은 동네 도서관이다. 그러나 이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는 풍성한 문학의 세계로 들어간다.

◆'작가콜로퀴엄 문학도서관'

△도서관 이용-월∼금(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대구시 수성구 지산2동 동사무소 건물 2층

문의 053)782-4743.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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