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옷, 기능성 원단-피부보다 더 민감하다

최근 등산뿐 아니라 스키,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첨단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의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름, 가격에만 눈길을 줄 뿐 정작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른다. 똑같은 소재의 제품이라도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아울러 국내 브랜드 사이에도 가격차이가 난다. 런닝셔츠부터 재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류에 쓰이는 최첨단 기능성 원단들의 특징을 살펴본다.

◇ 고어텍스(Gore-Tex) = 미국 고어사가 생산한 방수투습, 즉 물이 스며드는 것은 막고 수증기는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성 소재. 워낙 유명한 탓에 기능성 원단의 대명사처럼 불린다. '기적의 소재', '제2의 피부'로 불리는 고어 텍스의 비밀은 멤브레인(membrane), 즉 얇은 막(膜)에 있다. 1평방 인치당 90억개 이상의 미세구멍으로 이뤄진 얇고 하얀 막인 멤브레인은 두 가지 독특한 물질이 결합돼 만들어진 고어사의 특허품. 미세구멍의 크기가 물방울보다는 2만배 작고, 수증기 입자보다는 700배나 크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눈, 비는 완벽하게 차단하는 한편 피부에서 뿜어나오는 땀은 수증기 형태로 밖으로 원활하게 배출할 수 있다. 고어텍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우선 겉감에 고어텍스 멤브레인을 붙인 방법에 따라 2겹인 투레이어드와 3겹인 쓰리레이어드로 나뉜다. 쓰리레이어드는 멤브레인 양면에 겉감과 안감을 접합해 3겹이 한 장으로 이루어진 원단으로 전문 산악용 의류에 쓰인다. 재킷의 경우, 투레이어드는 20만 원 후반, 쓰리레이어드는 40만 원 후반대이다. 기존 고어텍스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게는 15% 가량 줄이고 투습성을 강화한 팩라이트(paclite)도 있고, 습기를 배출하는 투습 성능을 25% 향상시키고 무게를 10% 이상 줄인 XCR도 있다.

◇ 디아플렉스(DiaPLEX) = 일본 미츠비시중공업이 개발한 제품으로 '환경온도적응 기능'을 가진 최첨단 소재다. 외부온도에 따라 수증기 투과량이 달라진다. 설계단계에서 기준 온도를 디아플렉스 소재에 기억시키면 외부 온도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수증기 투과량을 증가시키고, 그보다 내려가면 수증기 투과량을 억제한다. 즉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 보통 겨울용은 기준 온도가 0°C, 여름용은 10°C로 설정돼 있다. 물론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기준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특징도 있다.

◇ 에픽(EPIC) = 미국 넥스텍(Nextec)사의 제품으로 전세계적으로 52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인캡슐레이션(Encapsulation) 기술을 이용한 것. 섬유 사이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통기성을 최대한 높인 동시에 섬유 사이의 넓은 틈을 채워서 방수성까지 높인 기능성 원단. 코팅이나 라미네이팅 처리 제품에 비해 가볍고 부피가 작아 휴대성이 뛰어나며, 세탁에 대한 제약도 덜한 것이 장점. 쉽게 마르며 촉감이 부드럽고 신축성도 좋다. 원단 자체의 마찰음도 비교적 적어서 의료용, 군사용 등 특수용도로도 쓰인다.

◇ 쉘러 오리지널 소프트쉘(Schoeller Original Soft Shell) = 스위스 쉘러사가 만든 소재로 가볍고 부드러우며 신축성이 아주 탁월하다. 때문에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격렬한 운동을 할 경우에도 전혀 옷에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옷 모양도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차례 세탁 후에도 처음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다. 신속한 땀 배출 기능과 탁월한 통기성으로 언제나 쾌적한 상태로 유지시켜 주며 눈, 비와 바람도 막아주는 전천후 의류로서 손색이 없다. 국내에 대표적으로 알려진 소재는 드라이스킨(Dry skin)과 WB-400 소재. 특히 유명 아웃도어 매장에서는 비교적 고가의 쉘러 WB-400 제품을 흔히 볼 수 있다.

◇ 말덴 폴라텍(Malden Polatec) = 미국 말덴사는 폴라텍으로 알려진 기능성 소재로 유명한 회사. 폴라텍 시리즈 중 파워쉴드는 이름 그대로 바람의 98%를 막아준다. 나머지 2%는 원단 내부로 흡수해 안쪽을 쾌적한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만든다. 방수투습 기능은 물론 활동성도 뛰어나 스키, 스노보드, 겨울산행, 트레킹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신축성이 좋아야 하는 셔츠 소재로는 폴라텍 파워스트레치가 있다. 파워스트레치는 두 개의 각기 다른 구조로 돼 있다. 겉감은 바람과 마찰에 강한 나일론 소재를 사용해 마모에 강하고 보풀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며, 안감은 부드럽고 따뜻한 폴리에스터 재질로 보온력을 높여줌과 동시에 땀을 흡수해 바깥쪽 원단으로 내보내는 기능을 갖고 있다.

◇ 3M 신슐레이트(Thinsulate Insulation) = 미국 3M사가 개발한 마이크로파이버, 즉 초극세사 기술의 결정판으로 불린다.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이 신고 있던 부츠가 바로 신슐레이트 소재. 초극세사 섬유층 사이에 형성된 무수하게 많은 미세한 공기층이 몸의 열기를 붙잡아 둠으로써 탁월한 보온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돼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합성 보온소재에 비해 두께 및 무게 대비 보온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도에 따라 두께 대비 보온력이 가장 우수한 C(Classic), C타입에 보온성과 부드러움을 더한 U(Ultra), 실크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S(Supreme) 등으로 나뉜다. 이밖에 침낭이나 의류 보온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 쿨맥스(Cool-Max) = 미국 듀폰사가 개발한 기능성 원사. 땀이 발생하면 미세한 섬유의 홈이 모세관현상을 일으키며 즉시 흡수한 뒤 신속하게 외부로 배출한다. 건조시간도 다른 섬유에 비해 훨씬 짧다. 때문에 등산용 셔츠나 속옷용으로 많이 쓰인다. 쿨맥스가 얼마나 사용됐느냐에 따라 3가지로 달라진다. 가장 엄격한 품질기준이 적용되는 쿨맥스 익스트림은 100% 쿨맥스 원사를 사용했고, 쿨맥스 액티브는 70%, 쿨맥스 에브리데이는 50%의 원사를 사용했다. 같은 쿨맥스라도 함량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 실버파이버 X-스태틱(Silverfiber X-Static) = 나일론에 은을 특수 접착기술로 코팅시킨 섬유. 은의 기능인 항균방취 기능, 정전기 방지, 전자파 차단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의료용뿐 아니라 내의류나 티셔츠 등 다양한 의류 분야에 쓰인다. 전자파뿐만 아니라 자외선 반사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체에서 방출된 복사열을 외부로 빼앗기지 않아 보온효과도 크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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