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운하 뚫는 곳은 경북, 건설사는 서울?

'남의 잔치' 우려하는 지역

▲ 경부 대운하 구간 내 대구에 건설될 항만 예상 조감도.
▲ 경부 대운하 구간 내 대구에 건설될 항만 예상 조감도.

'경부 대운하 사업' 서울 건설사들의 잔치로만 끝나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경부 대운하 건설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대구·경북 지역 건설업체들의 '속앓이'가 시작되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빼더라도 공사 금액만 10조를 훌쩍 넘어서는데다 주요 공사 구간이 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사업 진행이 '서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지역 업체 관계자들은 "이미 이달 초부터 대형 건설사 5개 사가 사업 추진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고 또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별도의 컨소시엄 구성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지역 업체는 공사 참여 여부는 물론 사업성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설 이후의 실익을 떠나 공사시 1차적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경부 대운하 공사가 자칫 '남의 잔치'로만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속도 내는 경부 대운하 사업

이달 초 경부대운하 건설과 관련 협의체를 구성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등 5대 건설사는 어느 정도의 사업 윤곽을 확정 지은 상태다.

빅 5 건설사들이 마련한 밑그림은 이명박 당선자의 임기 내 완공을 위해 설계와 공사를 동시에 병행하는 '패스트 트릭 방식'. 이 공법을 이용할 경우 540km에 이르는 경부 대운하 공사를 5년 내 마칠 수 있다는 것이 건설사 측의 설명이며 이미 기본 설계에 들어가 있다.

공기와 함께 대운하 공사의 가장 큰 핵심 사항은 수익성. 차기 정부는 호남 등 다른 운하 사업과는 달리 경부 대운하는 100% 민자 방식으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즉 민간건설사들이 자본을 투입하고 준공 후 이용에 따른 수입으로 건설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민간 자본으로 시공에 들어갈 경우 웬만한 규모의 건설사는 기본적으로 참여가 어렵게 된다는 점.

건설협회 대구지회 정화섭 부장은 "현재 구상대로 5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사별로 수조 원의 공사비를 조달해야 한다."며 "현재 구도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지역 건설사들은 골재 채취 등 부대 사업이나 단순 도급 공사 등의 부분 참여만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서울 지역에서는 빅 5 건설사 외에 SK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등 6∼10위권 대형 건설사들이 별도의 경부운하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지역 업체 참여 가능성은

지역 건설사 중 경부대운하 공사 컨소시엄 참여에 적극적인 곳은 화성산업 정도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놓았으며 공사 참여에 대비해 전사적으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사업 참여 방식이나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접근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화성산업은 지난해 전국 시공 능력 평가에서 49위에 올랐으며 건설업계에서는 시공능력이나 자금력 등을 따질 경우 지역에서는 '화성산업'이 1순위 참여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경부 대운하 공사가 민자 방식 중 BTL(build-transfer-lease,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정부에 임대)이 아닌 BTO(build-transfer-operate,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직접 시설을 운영) 사업으로 확정되면 지역 업체 직접 참여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BTO 방식이 될 경우 수익 사업 적자가 발생하면 참여 기업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한편, 빅 5건설사 주도로 공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지역 업체 참여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빅 5건설사 컨소시엄은 경부 대운하 건설시 단독 컨소시엄으로 사업단을 구성하지만 구간을 5개 정도로 나눈 뒤 구간별로 주관 건설사 및 보조 건설사 40여 개씩을 참여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차기 정부도 지역 업체 참여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찾고 있으며 건설협회 등을 중심으로 경부 대운하 사업에 대한 지역 및 중소건설사 참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어떤 방식이든 지역 업체 참여는 가능할 전망이다.

◆향후 과제는

경부 대운하 공사는 재원 조달 방식에 따라 참여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골재 채취만으로는 재원 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탓에 운하 인근에 조성중인 혁신 도시나 공단 개발을 연계시키거나 항만 주변 부동산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다.

운하 참여 기업에 주변 개발권이 부여될 경우 비참여 기업은 향후 5년간 전개될 가장 큰 '공사 현장'을 잃게 되는 셈이다.

SD건설의 금용필 이사는 "미분양 사태로 도심 지내 아파트 사업은 당분간 한계에 이른 상태에서 수익이 예상되는 지역 내 대형 개발 공사까지 대형 건설사들이 가져가면 향후 지역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시·도나 지역 업체들을 중심으로 경부 대운하 공사에 대한 발 빠른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자의 국정 운정 스타일을 볼 때 경부 대운하 공사가 일부 반대에도 불구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모색과 함께 정책 제안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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