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L양(18)은 최근 "권당 7천 원에 판매되는 영자 주간지를 3천700원에 특별히 할인해서 판다."는 전화를 받고 구두로 구독신청을 했다가 때늦은 후회를 해야 했다. 몇 시간이 지나 부모와 상의한 뒤 취소요청 전화를 걸었지만 업체 측은 "영업시간이 끝났으니 내일 전화로 연락하겠다."고 대답하고는 사흘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업체 측과 통화를 하게 됐지만 "계약 해지는 불가능하고, 일단 10부는 벌써 외국 항공사에 L양 명의로 신청해 놓았기 때문에 3만 7천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대금 지불을 위한 지로용지와 책자를 받게 된 L양은 "업체의 집요한 감언이설에 설득당해 구두로 신청한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대학 입학도 전에 이런 불쾌한 일을 당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어학 및 자격증 교재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연초마다 대학 입학을 앞둔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무차별 강매에 나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업체들이 예비 대학생들에게 "일단 보고, 아니다 싶으면 환불하면 된다.", "마음에 안 들면 연락하라."고 해놓고는 실제 환불을 요구하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이미 늦었으니 위약금을 내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고 있는 것.
특히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미성년자들의 경우 자신들이 성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 이 같은 상거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소비자연맹에 따르면 교재 강매 관련 상담의 경우 2006년 61건, 지난해 82건으로 크게 늘었다. 상담은 대부분 2, 3월 신학기에 집중됐다.
미성년자의 경우 모든 상거래가 무효여서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몰라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것. 민법에도 계약과 관련해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계약을 할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얻도록 명시돼 있다.
박수진 대구소비자연맹 상담팀장은 "최근 들어 업체들이 학교 강의실까지 찾아와 교수에게 시간을 좀 내달라고 한 뒤 교재를 홍보하는 경우까지 있어 학생들이 의심없이 개인정보를 알려줘 피해를 보기도 한다."며 "보호자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의 계약은 원천 무효이므로 소비자 상담센터에 문의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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