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시던 어머니/ 추우셨던 어머니/ 고되게 일만 하신 어머니/~아침이면 무슨 밥 잡수실까/ 거기서는 보리밥에 산나물 잡수실까/ 거기서도 밥이 모자라/ 어머니는 아주 조금밖에 못 잡수실까~' 지난해 타계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 생전에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의 구절이다. 못 먹고 못 입고 고생하며 한평생을 살다 가신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사모곡이다.
권 선생의 어머니만 그랬을까.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밥'은 우리 삶에서 만만찮은 문제 중 하나였다. 곳곳에 '가난'이 웅크리고 있었던 그 시절에는 매 끼니 배 곯지 않는 것만도 큰 다행으로 여겨졌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때라 무를 잔뜩 썰어넣어 지은 무밥이며 시래기에 쌀 한 줌 넣은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도 흔했다. 그마저도 없어서 보리 등겨로 만든 시커먼 개떡을 밥 대신 먹기도 했다. 삼시세때 윤기 자르르한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축복 중의 축복이었다. '이밥(쌀밥)에 고깃국' 거기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더해진 삶은 오랫동안 우리네가 꿈꾸어온 최고의 이상향이었다.
'밥'은 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관심권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소득수준 향상과 식생활의 서구화, 다이어트 열풍 속에서 밥은 이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작년 국내 1인당 쌀소비량은 76.9kg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5년 전보다도 10kg이나 줄었다. 하루 먹는 밥 양이 2공기 정도 밖에 안 된다. 1970년대 1인당 연 136.4kg에서 2000년엔 93.6kg으로 크게 줄었고, 2006년 처음으로 1인당 쌀 1가마니(80kg)도 안 되는 78.8kg을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는 77kg에도 못 미치는 소비량을 보였다. 지금 추세라면 대만(48.0kg), 일본(61.0kg)의 초저 소비수준까지 내려갈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토지공사가 운영하는 토지박물관의 최근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밥그릇을 기준으로 볼 때 고구려 시대에는 1인당 쌀 소비량이 하루 1천300g으로 지금의 우리보다 4배나 많았고, 고려 때는 1천40g, 조선시대에는 690g으로 나타났다. 시대를 내려오면서 밥그릇 크기가 현저하게 작아졌다. 이러다간 '밥이 보약'이라던 옛말도 곧 사라질 판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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