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는 유난히 사흘 이상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많다. 당장 5일짜리 '설황금연휴'(2월 6일~10일)가 코앞에 닥쳤다. 5월에는 어린이날(3일~5일)과 석가탄신일(10일~12일) 사흘연휴가 유혹한다. 6월에도 현충일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8월에는 여름휴가에 이어 광복절연휴가 있다. 9월에는 추석연휴, 10월에는 개천절 연휴, 12월 성탄절 징검다리 연휴까지 올해는 '연휴천국'이라고 부를 만하다. 해마다 벼르기만 하다가 떠나지못한 가족해외여행.
올해는 연초부터 야심찬 해외여행계획을 세워보자. 연휴에 휴가까지 끼워서 간다면 단박에 유럽까지 가는 것도 좋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도 3, 4일 가족여행지로는 그만이다. 1월 월급날 '공돈'처럼 생기는 연말정산 환급금을 종자돈으로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것도 좋고 연말에 갈 계획으로 매달 적금처럼 모으는 것도 좋다. 2008년 우리가족의 첫 해외여행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천수경(34·주부) 씨는 지난 연말 공직에서 명예퇴직한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 부부와 다섯 살짜리 딸을 데리고 13일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다닐 때 배낭여행을 다녀온 유럽을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처음엔 태국이나 동남아에서 며칠간 푹 쉬다 오려고 계획했지만 지난해 4월 결혼한 동생부부가 신혼여행 때 가지 못한 유럽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 데다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꿈에 그리던' 유럽가족여행으로 바꿨다.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싸게 구입하고 현지호텔을 미리 예약했고 영국에는 친구와 동생 후배들이 있어서 경비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영어교사로 일하는 올케가 있어서 현지언어소통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여행경비는 총 1천400여만 원. 퇴직금을 받은 아버지가 대부분의 경비를 부담했다.
이처럼 가족끼리 항공권과 현지숙소만 예약하고 자유롭게 일정을 정해서 떠나는 '해외자유여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여름철에 집중됐던 해외여행이 주5일제 확대 등에 따라 사계절로 확산되고 있는데다 해외여행 횟수가 잦아지면서 단조로운 단체 패키지 여행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8월에 조사한 '해외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2005년 56.6%에 이르렀던 패키지 여행은 42.9%로 떨어졌다. 반면 모든 일정을 스스로 짜는 개별여행은 39.9%에서 48.3%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하고 떠나는 자유여행(부분 패키지 여행)은 2005년 3.5%에서 8.8%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친구나 동료와 떠나는 여행에서 가족과 떠나는 해외여행으로 여행 패턴이 바뀌는 것도 두드러진 변화다. 친구나 동료와 떠나는 경우는 55.1%(2005년)에서 43.4%(2007년 8월)로 줄어든 반면 가족여행은 30.9%에서 39.3%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원표(45·탑여성병원 원장) 씨는 설 연휴 때인 2월, 장모와 두 처남부부 등 10여 명과 일본으로 떠날 계획이다.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고 3박 4일의 일정 중 하루를 자유일정으로 짰다. 이틀은 여행사 투어로 다니고 나머지 하루는 평소 가보고 싶은 도쿄의 긴자거리 등을 마음껏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정민(27·여) 씨는 어느 날 문득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여행사를 찾았다가 유럽으로 떠났다. 물론 항공권과 호텔만 예약하고 이탈리아와 스위스 프랑스 등 3개국을 다녀왔다. 그녀는 "혼자서 다니다가 저녁에는 숙소를 찾아가면 되니 너무 편했다."며 자유여행을 예찬했다.
서영학 고나우여행사 사장은 "요즘은 단순히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가서 현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더 중요시하는 여행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맛있고 멋있고 재미있는 여행을 선택하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패키지 여행에 대해 해외여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정과 원하지도 않는 쇼핑도 감수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선택관광을 강요당한 것이 사실"이라며 "여행은 일상에서 탈출하는 것이니만큼 떠나는 순간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패키지 여행으로 유럽 4개국을 다녀온 황모(47) 씨는 "찍어온 사진을 보고 어느 나라인지 알 수가 없었던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빠듯한 일정과 가이드에 쫓겨 다니다가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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