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식 父子 질투 엄마…아빠표 간식만들기

'아빠표 간식.' 엄마 대신 아이들에게 간식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다. 쥐포나 오징어, 가래떡을 구워 먹는 간단한 방법부터 메뉴 한 가지를 정해 재료 구입과 손질, 조리까지 해 봐도 좋다. 두 아이를 둔 기자가 직접 아이들에게 줄 간식 만들기에 도전했다.

"아빠, 뭐 해요?"

퇴근하자마자 고구마를 들고 주방에 선 아빠를 보고 네 살배기 아이가 달려온다. 좀처럼 주방에 들어오지 않는 아빠가 고구마경단을 만든다고 앞치마를 두르니 뭐 하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아빠와 함께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볼까."

"와! 신난다." 함성이 터져나온다. 그럴만도 하겠다. 아이에겐 색다른 놀이쯤으로 비친 모양이다.

고구마를 찐 다음 큰 그릇에 고구마를 홍두깨로 으깼다. 아이가 자기도 해보겠다고 홍두깨를 뺐는다. "그래, 같이 하자."

으깬 고구마를 앞에 두고 둥글게 경단을 만들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하트 모양과 동물 모양, 자동차 모양으로 만드니까 신기해 한다. 빨리 먹고 싶다고 성화다. 접시에 경단을 담고 화초 잎과 딸기로 장식했다. 포크에 경단을 찍어서 아이 입에 넣어줬다.

"아빠, 고구마 동그랑땡 너무 맛있어요."

부자가 식탁을 어지럽히면서 간식 만드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내도 싫지 않은 눈치다. "일만 벌이고 지저분하게 어지럽힐 줄만 알았는데 아이가 좋아하니 자주 만들어 주세요."

'아빠노릇 제대로 하기'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에 따라 전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걸 아내와 아이는 알까?

전날 간식 만들기를 배우기 위해 '맛을 만드는 사람'의 김숙란 소장을 찾았다. 김 소장은 '고구마 경단'과 '밤·대추초', '표고탕수' 등 전통요리를 응용한 간식을 추천해줬다. 재료와 요리법이 간단해서다.

손을 씻고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섰다.

첫 번째 도전과제는 고구마 경단. 먼저 고구마 껍질을 벗긴 다음 찜통에 쪘다. 15분쯤 지나면 고구마가 익는다. 삶은 고구마를 큰 그릇에 넣어 으깨고 꿀을 넣어 반죽을 했다. 으깬 고구마를 아이들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둥글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검정깨와 흰깨에 경단을 굴렸다. 생각보다 깨가 표면에 잘 붙지 않는다. 김 소장이 경단에 꿀을 묻혀보라고 했다. 꿀을 경단에 묻혀서 굴리니 깨가 잘 묻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김 소장은 "하트모양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모양으로 만들면 좋다."고 했다.

직접 만든 경단을 입에 넣으니 고구마와 꿀의 단맛이 어우러져 아주 달콤하다. 고구마를 찌는 15분을 포함하더라도 30분 만에 간식이 완성됐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 접시에 화초 잎을 놓으니 그럴듯하게 보였다.

다음 간식은 '밤·대추초'. 밤은 까서 삶는 것보다 삶은 다음 까는 것이 좋다. 밤을 까서 삶으면 모양이 변형되기 때문. 요리는 아주 간단하다. 밤과 대추를 삶아 물엿을 넣고 끓이면 된다.

마지막 간식은 '표고탕수'. 중국집 탕수육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에게 색다른 맛을 줄 수 있다. 앞의 두 가지 요리보다는 조금 어렵다. 표고는 구하기 쉽고 특유의 향이 좋다. 다른 버섯보다 수분이 적어서 튀겨놓으면 바삭바삭하다. 1kg 정도를 6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파인애플은 통조림을 이용하면 간편하다.

김숙란 소장은 "아빠들이 간식 만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만 누구라도 30분 정도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다양한 간식이 있지만 이왕이면 전통음식으로 선택하면 더 좋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아빠가 만드는 '사랑의 레시피'

▷고구마 경단

-재료=고구마 2개, 꿀 2큰술, 검정깨 3큰술, 흰깨 3큰술.

1. 고구마는 껍질을 벗긴 다음 찜통에 푹 찐다.

2. 뜨거울 때 체에 내려 으깬 다음 꿀을 넣고 반죽을 한다.

3. 둥글게 빚어서 검정깨와 흰깨에 굴려 접시에 담으면 된다.

▷표고탕수

-재료=생표고 5개, 감자전분 5큰술, 포도식초 100cc, 설탕 50cc, 청홍피망 반개, 파인애플 1조각

1. 생표고는 기둥을 떼어내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2. 물 5큰술과 감자전분 5큰술을 섞고 개어서 표고 자른 것을 넣고 골고루 섞어준다.

3. 기름이 160~170℃ 정도로 끓으면 표고를 넣고 튀긴다.

4. 청홍피망과 파인애플은 표고와 같은 크기로 자른다.

5. 포도식초와 물, 설탕을 넣고 끓으면 소금간을 한 다음 물과 감자전분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6. 청홍피망과 파인애플을 넣고 끓으면 표고 튀긴 것을 넣어 한번 더 튀겨서 접시에 담아 소스를 얹어준다.

▷밤·대추초

-재료=밤 1컵, 설탕 1/2큰술, 물엿 2큰술, 물 1컵, 대추 1컵, 설탕 2큰술, 물엿 4큰술

1. 밤은 속 껍질을 벗겨 깨끗이 씻어 냄비에 담고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설탕을 넣어 끓인다.

2. 처음엔 센불에 끓여 거품이 나면 불을 줄여 서서히 졸이면서 떠오르는 거품은 걷어낸다.

3. 물이 거의 졸여졌으면 물엿을 넣고 은근히 졸여 윤기가 나면 그릇에 담아 낸다.

4. 대추는 잠깐 물에 담가두었다가 깨끗이 씻어 건져 놓는다.

5. 냄비에 물과 설탕을 넣고 끓이다가 물엿을 넣어 다시 끓이고 씻어놓은 대추를 넣고 졸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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