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옷으로 욕망을 읽는다

나를 벗겨줘/ 까뜨린느 쥬베르·사라 스탠 지음·이승우 옮김/ 은행나무 펴냄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며 우리는 거울을 쳐다본다. 드레스 셔츠는 다림질이 잘 됐는지, 넥타이는 잘 어울리는지, 정장은 멋지게 입었는지, 구두는 또 이에 맞는지 등을 생각한다. 모임에 가는 여자들이 옷차림에 신경 쓰는 것은 이보다는 더 광적(?)이다. 옷가지를 모두 꺼내 놓고 이거 입었다 저거 입었다는 기본이다. 언제나 '입을 옷이 없다.'는 푸념도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입혀 주는 옷을 입고 자란다. 그리고 여기에서 무언가를 체득한다.

옷 혹은 옷입기를 둘러싼 이런 풍경은 단순한 '행위'로만은 끝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상 속의 이 조그만 행동에도 무수한 의미가 담겨 있다. 약간 선정적(!)이기도 한 책 제목(프랑스의 영화배우이자 가수 줄리에트 그레코의 동명 노래)은 책의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육체의 보호라는 원초적 기능에서 탈피해 의복을 착용한 주체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하나의 코드로 자리 잡은 옷의 비밀스러운 역할과 그 안에 감춰진 욕망을 정신분석이라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한 겹 한 겹 벗겨낸다.'는 것이 책에 대한 설명이다.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서, 옷차림과 유행에 대한 기사가 하루에도 몇십 건씩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파리의 신문과 잡지사의 시선을 확 끌었다는 얘기도 수긍이 된다. 정신의학 전문의인 두 지은이가 의복 또는 유행의 '옷차림' 뒤에 숨은 내면을 정신분석 차원에서 해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옷은 옷장 속에 걸려 있을 때와 우리가 그 옷을 입었을 때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논리. "그래서 옷은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을 떠나갔던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잠재적 자기 투영의 놀이"라고 말한다.

검은 옷만 사 입는 남자의 남다른 색채 선호의 기인, 공공장소에서 팬티 없이 나서는 여자가 누리는 자유와 쾌감의 의미, 빨간 뱀가죽 부츠를 신은 팜므 파탈의 매력 등 19가지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정신분석이 이어진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당신의 정체를 알려준다.'는 고전(?)적인 전개가 아닌 '지금과 같은 옷차림이 자리 잡기까지 당신이 겪은 아픔과 충격, 성장에 따른 변화의 흔적이 담겨있다.'는 것을 말한다.

'옷에 숨은 욕망의 이야기'를 프로이트나 라캉, 융 같은 정신분석가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면서도 난해한 용어나 딱딱한 논조 대신 쉽고 재미있게 풀이하고 있어 더욱 쉽게 다가온다. 216쪽. 1만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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