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의 몸을 열다(타이먼 스크리치 지음/박경희 옮김/그린비 펴냄)
채소는 껍질째 먹고 생선은 젓가락으로 결을 따라 발라내던, 대상을 통째로 보던 18세기 일본인에게 네덜란드의 열린 창문과 껍질이 벗겨진 과일이 그려진 정물화는 '충격'이었다.
저자는 일본의 에도 문화를 '살아있는 것을 전체로서' 그대로 인식하려는 일본의 전통적 지식과 '열어서 안을 드러내고 구석구석까지 빛을 비추려는' 유럽 근대지식의 만남, 즉 '해부'를 통해 전개하다. 흥미로운 발상이다. 이 책의 주제는 '연다는 것의 의미', 그 중에서도 몸의 엶, 즉 해부학이다. 당시 네덜란드와의 무역을 통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 사회는 서양의학이나 외과도구에 놀라워하면서도 에도 문화의 심장부를 열어나간다. 예술작품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를 분석하고 작품을 미화하는 사회체계를 검토한다.
대상을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는 해부학의 감각은 진경 산수에 관한 관심과도 연결되었다. 이에 따라 국토를 구석구석 파악해야 한다는 데로 확장되어 국토 여행이 유행했고 여행기 출간 붐과 함께 신체에 피가 돌아야 몸이 건강하듯, 도로가 잘 연결돼야 나라가 건강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다. 그리고 그 도로의 핵심에는 심장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교토가 일본의 심장으로 떠오른다. 인문, 사회, 경제, 미술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에도 시대의 변화상을 '해부학'이라는 하나의 프리즘을 통해 살펴보는 흥미로운 발상이 담겨 있다. 408쪽, 2만 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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