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식하는 사람들] "비우는 행복…세상이 새롭게 보여요"

▲ 5일간의 단식을 끝낸 장흔성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 대표가 복식기간 중 죽을 먹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5일간의 단식을 끝낸 장흔성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 대표가 복식기간 중 죽을 먹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모자라서 문제가 아니라 차고 넘쳐 오히려 문제가 많은 게 요즘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반면 운동은 부족하다 보니 당뇨 등 성인병을 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가끔은 뱃속을 비워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단식(斷食)을 하는 사람들이다.

"단식은 자신의 몸을 성찰하는 것과 함께 이웃과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다줍니다."

전북 완주군 고산산촌유학센터에서 5일간 단식을 한 장흔성(44·여)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 대표의 얼굴은 해맑았다. 피부는 윤기가 감돌았고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몸도 날아갈 것처럼 가볍습니다."

이민자 가족을 위한 고민 상담 및 정착 교육, 결식 또는 편모·편부 등 저소득 아동의 방과 후 급식 및 공부방 운영 등의 활동을 하는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 대표를 맡고 있는 장 씨는 1년에 한 차례 1일 단식 또는 감식을 해오고 있다. 단식의 매력에 빠져 이번에는 처음으로 5일간의 단식을 했다. "단식을 한 지 4일째 되는 날 명상을 하던 중 손등을 통해 몸 안의 탁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어요. 단식을 통해 속을 비움으로써 몸속에 있는 나쁜 것들을 밖으로 쫓아냈지요."

장 대표를 비롯한 단식 참가자 35명은 하루에 물 1.8ℓ와 소금을 섭취하며 단식을 했다. 단식 기간 중에는 명상과 함께 가벼운 산책도 했다. 몸안의 숙변을 빼내기 위해 레몬즙과 죽염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단식을 하던 중 몸 안의 노폐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목욕을 하던 중 등에서 시커먼 때가 나왔다.

장 대표는 "단식을 하면서 속이 비워지니 몸의 변화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며 "단식이 끝나고 복식 기간 중 죽을 먹을 때엔 죽 안에 어떤 음식재료가 들어갔는지를 속속들이 느낄 정도로 몸이 민감해졌다."고 했다. 혼자서 집에서 단식을 할 경우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하는 등 난관이 적지 않지만 여러 명이 단식을 같이 할 경우엔 독서, 명상, 요가 등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하다 보니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단식에 성공할 수 있었다. 35명 모두가 5일간의 단식을 무사히 끝냈다.

장 대표는 "별로 힘들지 않고 단식에 성공했다."며 단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갖기를 기원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나 바쁘고 경쟁이 심하다 보니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단식을 통해 자신과 이웃, 그리고 세상을 성찰하고 삶의 휴식을 찾기를 바랍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기자 1일 단식 체험

단식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기자가 직접 단식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며칠씩 하는 단식도 있지만 하루 단식을 체험하기로 했다.

▶감식(減食)

24시간 단식을 위해서는 이틀 전부터 감식(減食)을 해야 한다. 평소에 먹던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다. 감식 첫째 날은 보통 때의 70~80% 정도로 식사 양을 줄여야 한다. 하루 3식을 하는 사람은 2식쯤의 분량을 먹으면 된다. 그리고 둘째 날은 평소 1식의 분량으로 식사를 하면 된다.

토·일요일 이틀 동안 감식을 했다. 식사의 양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였다. 밥은 반 공기만 먹고, 점심에 나온 만둣국도 절반 정도만 먹었다. 과일은 사과 두 쪽 정도로 만족(?)했다. 식사의 양이 주니 우선 배고픔이 몰려왔다. 식사를 하면 배가 든든하다는 포만감 대신 식사를 했는데도 속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식

월요일 아침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하루를 굶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이틀 동안 감식을 한 덕분인지 뱃속이 가볍고 기분은 상쾌했다. 물과 소금만 먹는 단식도 있지만 주스와 물을 마시는 단식을 택했다. 아침에 사과 과즙 80㏄를 씹어먹듯 천천히 마셨다. 점심 때에는 물 2잔을 먹는 것으로 때웠다. 오후부터 뱃속에서 꾸륵꾸륵 소리가 났다. 평소처럼 뱃속을 채워주지 않으니 위장 안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30분 정도 가볍게 걸었다. 땀을 흘린 만큼 물 2잔을 다시 마셨다.

퇴근 후 집에서는 쌀죽을 끓여 그 물을 반 잔 정도 마셨다. 단식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이 저녁시간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TV에서 전국의 산해진미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앞다퉈 나오는 바람에 입안 가득 침이 고였다. 모든 유혹을 떨쳐버리고 잠을 청했다. 비록 배는 고팠지만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복식(復食)

단식을 하고 난 다음날 아침 몸도 마음도 가뿐했다. 짧은 하루였지만 단식을 했다는 데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뱃속도 매우 편안했다. 단식을 하고 난 다음날부터는 복식(復食)의 날이다. 아침과 저녁은 쌀죽, 점심은 잣죽을 먹었다. 체중을 재보니 1㎏ 이상 줄었다. 뱃살도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짧은 하루였지만 직접 단식을 해보니 '단식의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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