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던져진 주사위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고대 로마와 관계 깊은 당시 지도자들의 성적표를 만들었다. 지적 능력'설득력'육체적 내구력'자기 제어 능력'지속 의지, 이렇게 5개 항목으로 각 100점씩 점수를 매겼는데 500점 만점을 받은 지도자는 페리클레스와 카이사르, 단 두 사람 뿐이었다.

페리클레스. 그는 로마의 지도자는 아니지만 질투심 많은 아테네 사람들을 상대로 民主政(민주정)을 지켰다. 그리고 자신이 아테네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정책을 빠짐없이 실행해 나갔다. 페리클레스는 30년이나 지도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도시국가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민주주의 하에서 지도자는 가느다란 로프 위를 걷는 것과 같은데 변화하기 쉬운 민중의 마음을 능숙하게 지배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제어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관철하는 강한 의지를 지녔다. 그리고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은 설득력이다. 페리클레스가 연설을 하면 청중은 흰 것을 검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카이사르. 루비콘 강가에서 무장한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들어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여기를 넘으면 인간 세계의 비참함, 넘지 않으면 이 몸의 파멸"이라고 고뇌했다. 그리고 외쳤다. "앞으로 나아가자. 신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우리를 모욕한 敵(적)이 있는 곳으로.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이런 카이사르를 학자들은 '로마 역사상 최고의 창조적 천재'라고 일컬었다. 공화정을 파괴했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이후 로마 제국을 500년이나 든든하게 지속시킨 반석을 놓았기 때문이다.

뜬금 없는 얘기같지만 새 정부 출범을 불과 한 달 앞둔 지금, 언급한 역사적 두 인물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시대를 압축적으로 거치면서 '경제적 기적'을 이룩한 대한민국, 그러나 남다른 갈등과 반목에 휩싸여있다.

민중의 욕구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아테네와 로마 못지 않은 경제적'이념적 프리즘 속에서 그 분산의 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다양성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고, 작은 목소리지만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창조적 지도자'를 국민은 갈구하고 있다. 페리클레스의 설득력과 카이사르의 결단성이 새삼 돋보이는 시점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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