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 '40대 바람'

823가구의 대구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는 지난해 입주 전, 시공사가 분양 당시 제시했던 조감도와 크게 다른 준공 결과로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이곳 입주예정자들은 당시 조감도와 다른 아파트 외형을 시공사 측에 강력 항의했고, 결국 원하는 것들을 대부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앞장섰다 현재 이곳 입주자 대표로 있는 사람은 바로 H씨. 그의 나이는 마흔다섯이다.

월성동의 또 다른 아파트 역시 아파트 주변 도로 등과 관련해 몸살을 앓았지만 입주예정자들의 끈질긴 요구가 결국 관철됐다. 이곳 입주자 대표 K씨의 나이 역시 마흔셋이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 40대 열풍이 불고 있다. 신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입주자 대표에 속칭 '386세대'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특히 새로 지은 아파트일수록 40대 입주자 대표들이 대거 포진,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월배신도시 지역 아파트 중 최근 2년 새 준공된 아파트는 모두 14곳으로, 이 중 40대가 입주자 대표를 맡고 있는 아파트가 4곳이나 된다. 입주자 대표가 없는 1곳을 제외한 13곳의 입주자 대표 평균연령도 52세로, 지금까지 입주자 대표는 노년층이 맡는다는 관행이 깨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구도 마찬가지다. 2006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단지가 4곳인 중구의 경우 이중 3곳의 입주자 대표가 40대와 50대 초반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은 "지금까진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이 주로 정년퇴임한 공무원이 많았지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새 40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아파트별 특성에 따라 다소 젊은 장년 대표자와 노년의 노련한 대표자로 나뉜다는 것. 특히 수성구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여전히 퇴직 공무원들이 입주자 대표를 맡는 경우가 많아 노하우를 아파트 관리에 접목, 관리에 강점을 나타내는 반면 달서구와 북구 등 최근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 대표들은 주로 4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또 입주자 대표의 역할을 전임으로 해왔던 것과 달리 요즘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입주자 대표직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현상은 아파트 분양에서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을 꼼꼼하게 지켜보고 시공사에 입주예정자들의 뜻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등 기동성에서 앞선 40대들의 능력을 주민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란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인터넷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 생활정보에 밝고 아파트 입주 때부터 정보교류를 활발히 진행하다 보니 이들이 아파트 대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대해 신기락 대구아파트사랑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아파트 주민들의 성향도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관리·보수에 역점을 둬 경륜이 풍부한 입주자 대표를 선호하는 반면 새로운 아파트는 특색 있게 가꾸려는 시도로,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패기 있는 입주자 대표를 원하면서 40대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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