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난이 심각한 주택가 골목길의 일방통행 지정이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인근 주민들간에 한쪽에선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해 일방통행을 요구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당장의 불편과 상가 매출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일방통행 지정이 보류되거나 무산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
대구 수성구청은 지난해 말부터 범어동, 만촌동 2개 지역의 주택가 골목길에 대해 일방통행 지정을 검토해 왔지만 주민 의견차가 심해 잠정 보류했다. 2개 지역은 6~8m의 좁은 도로에 주택과 상가가 얽혀 있는 곳으로, '차량 교행이 너무 불편하고, 보행 환경이 좋지 않아 일방통행 지정이 필요하다.'는 주민 민원이 잇따랐던 곳. 그러나 수성구청이 현장 교통량 조사 후 실시한 주민 여론 조사에서는 일방통행 지정을 반대하는 주민수가 만만찮았다. 찬성 의견이 50%를 넘지 않았고, 일방통행으로 바꾸면 매출의 30~40%가 줄어든다는 주변 상가의 반발이 컸던 것. 수성구청은 지난 9일 2개 지역에 대한 주민 설명회까지 열었지만 여전히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일방통행 지정을 연기했다.
이 같은 현실은 대구 전역이 마찬가지. 구청이나 주민이 요구하면 실사와 심의를 거쳐 일방통행을 최종 결정하는 대구경찰청 교통규제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대구 전체의 일방통행 지정 구간은 겨우 3곳에 지나지 않는다. 대구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은 주민 민원이 없으면 일방통행 지정이 필요한 구간을 전혀 조사하지 않고, 설령 민원이 있다 하더라도 교통 환경 개선보다는 주민 동의율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경찰청은 행정기관 의견, 교통량, 주변 도로 여건, 주민 여론을 골고루 반영해 일방통행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게 주민 여론"이라며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70, 80%의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하면 경찰청에 안건을 올리지 않고 보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은 도로 곳곳에서 일방통행 구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를 불편하게 하고 자전거와 보행자를 편하게 하는 전세계적 교통 정책의 큰 흐름이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국내 현실에서는 경찰이나 행정기관 모두 주민 민원이 들어와야 일방통행 지정을 검토하는 수동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교통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과 정책 의지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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