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값싼 노동력 깨진 중국…현지공장도 금간다

중국진출 기업 울리는 新노동법

"기업에 따라서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대구의 한 업체 대표는 중국 현지 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올해부터 중국이 '신(新)노동법'을 적용하면서 중국 진출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업체들은 원환율 인상에 신노동법으로 인한 인건비 급상승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신음하고 있다.

◆치솟는 인건비에 '악'

중국 텐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한 섬유업체. 380명 정도의 현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이 업체는 신노동법으로 인해 올해 인건비가 지난해에 비해 32%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업체 총경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였는데 올해부턴 30%가 훨씬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납품가에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상반기에 나가는 제품들이 지난해 이미 가격이 결정된데다 올해 5% 정도 추가로 원환율이 절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총경리는 "인건비와 원환율 상승분을 고려할 때 채산성이 20% 정도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업체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총경리는 "생산성 향상이 타개책이 될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마저 제자리 걸음"이라고 토로했다. 10년을 다닌 근로자나 갓 들어간 근로자나 일하는 것이 거의 똑같다는 것. 할 수 없이 한국 본사의 직원을 줄이면서 손해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중국 텐진에서 본격 양산에 들어간 지역의 한 휴대폰 부품업체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업체 총경리는 "중국이 점점 노동자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업체는 200명의 현지 근로자를 쓰고 있는 이곳은 중국 춘절 특수로 조만간 200명을 더 뽑아야 하는 상황에서 올해 10% 이상의 인건비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 뿐 아니라 현지 직원을 과거처럼 함부로 내보낼 수 없어 노무 관리에서 큰 부담이라는 것. 이 업체 총경리는 "신노동법에 따른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설비 자동화와 아웃소싱 등 여러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의 중국은 잊어라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신노동법의 주요 내용은 ▷10년 이상 근속자 혹은 세 차례 연속 근로계약을 맺는 노동자의 평생 고용 ▷임금 복지 등에 관한 단체협약 의무화 ▷퇴직시 경제보상금 지급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 진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외국 기업의 소득세를 단계적으로 10% 인상하는 기업소득세법을 발효하는 등 중국 진출 업체들에게 점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급속한 변화에 진출 업체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코트라 중국 본부가 중국 진출 53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노동계약법 발효에 따라 노무관리 시스템 등을 정비한 업체는 36.3%에 그쳤다. 특히 이 법의 발효로 인건비가 지금보다 20~30%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전체의 42.8%를 차지했으며 30~40%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응답도 12.0%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부분 내년 경영 환경이 '매우 악화(30.3%)'되거나 '다소 악화(52.5%)'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평복 코트라 대련무역관 관장은 "값 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한 중국 진출은 이제 옛 말"이라며 "노동력을 이용하는 업체들은 중국 진출을 아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채산성이 악화돼 중국에서 떠나는 국내 업체들이 늘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 관장은 "노동법이 갑자기 바껴 이를 혼란스러워 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업체들은 노무 관리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한편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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