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걷고 싶어요. 조금만 참으면 걸을 수 있겠죠?"
뇌성마비라 불리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강남희(13) 양은 허리부터 발끝까지 깁스를 친친 감은 채 누워 있었다. 깁스 때문에 미동조차 할 수 없는 남희는 최근 참을 수 없는 가려움과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7일 세브란스 병원에서 8시간의 대수술을 거친 뒤 찾아온 생각하지 못한 복병이었던 것. 한 달 보름이란 시간을 더 기다려야 깁스를 풀 수 있는 남희는 대견스럽게도 가려움과 밀려드는 통증을 잘 참아내고 있었다. 신도들이 만들어준 선물을 기적으로 만들어내는 열세 살 꼬마의 의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부림이었다.
가정이 해체된 뒤 버려진 뇌병변 장애 아동이 절을 찾은 신도들의 도움으로 자활을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선천적으로 양쪽 다리가 모두 엉덩이뼈에서 빠져 걷지 못한 채 버려진 아이를 '보림사'란 절을 찾은 신도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수술을 받게 해 준 것. 수술을 받은 장애 아동인 남희 양은 현재 보림사가 운영하는 장애아동시설인 '룸비니 동산'에서 보육 교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재활을 준비하고 있다.
남희가 보림사의 남도 스님 곁으로 온 것은 2002년. 남희의 아버지가 사업 실패 후 사고로 목숨을 잃자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남희 엄마는 뇌성마비에다 걷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어린 딸을 홀로 키울 여력이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절을 찾아 아이를 맡기고 사라졌고, 남도 스님은 룸비니 동산 이세호(50) 원장의 도움으로 남희를 키웠다. 하지만 고관절이 빠져 있는 남희는 자라면서 다리가 뒤틀리고 배변기능 장애를 일으켰다. 평생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남희를 그대로 둘 수 없었던 스님과 이 원장은 남희를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남희를 걷게 할 수 있다는 병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수차례 병원을 찾아 남희의 상태를 알리고 기적을 기다렸다. 2년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의 한 의사로부터 한국에서 유일하게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 그 후 기적이 기적을 낳았다. 성금이 모였고 수술이 이뤄졌으며 병원으로부터 남희가 걸을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 남희는 이제 버려진 장애 아동이 아닌, 신도들이 키워낸 기적의 소녀로 거듭나길 기다리고 있다. 남희 양은 "친구들처럼 뛰어놀고 싶어요. 할아버지 말 잘 듣고 재활치료 잘 받을게요. 고맙습니다."며 밝게 웃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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